STAXX 뉴스레터를 만들며, 다양한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일에 의미를 찾고, 방향을 고민하며, 때로는 묵묵하게 해내는 동료들의 태도를 기록해왔는데요. 시리즈의 마지막 인터뷰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로컬’이라는 키워드를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고 있는 류인선 실장님의 이야기입니다.
인터뷰를 마친 후, 제 머릿속에 남은 키워드는 ‘낭만’이었습니다. STAXX 뉴스레터를 꾸준히 봐오신 분들은 눈치를 채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인선 실장님은 저희 팀의 유일한 ‘T’로, 언제나 논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분이에요. 그런데 실장님과의 인터뷰 후 ‘낭만’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는 건, 조금 의외였어요.
낭만을 꿈꾸지만, 낭만에 머물러 있지 않는 사람. 저는 인선 실장님을 이렇게 표현해보고 싶어요.
🧩 STAXX: 드디어 실장님 인터뷰! 시작에 앞서 가볍게 안부를 여쭤볼게요. 요즘 실장님의 시간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 인선: 컨설팅 보고서가 요즘 제 야근의 주범이에요. 일을 제외한다면, 챗지피티 거짓말 잡아내기… 그리고 인터뷰로 밝히긴 어렵지만 개인적인 일들이 있지요.
🧩 STAXX: 인터뷰로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군요. (웃음)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통해 한번쯤 실장님께 여쭤보고 싶었던 것이 있어요. 일을 할 때 실장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나 원칙은 무엇인가요?
💁♀️ 인선: 한마디로 말하자면 ‘right place, right time’이에요. 정말 필요한 일이, 필요한 시점에 되고 있는게 맞는지 고민하는데, 이게 일의 근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하는 일이 상대(고객)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내 기준이 아닌 상대의 필요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려고 해요. 내 의도가 상대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 그 사람에게 이 일이 정말 필요한 일인지를 자주 복기하죠.
🧩 STAXX: 그런 기준은 실장님의 일하는 스타일과도 연결되어 있을 것 같아요. 일에서 추구하는 감각이 있다면요?
💁♀️ 인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요. 저는 성향상, 정체감을 정말 못견뎌해요. 작년에 했던 일을 똑같이 하고 있다면 제자리 걸음을 하는 느낌이 들어요. 저희가 하는 일의 또 다른 특징은 외부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일을 한다는 점이죠. 반복적이고 꼼꼼하게 일을 하는게 중요한 일도 있지만, 이 일은 꼼꼼하게 일하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변화하고 시도해야하는 일터에요. 그래서 이런 점들이 저의 원동력이 되기도 해요. 만약 제가 안정성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면 힘들었을거에요.
🧩 STAXX: 변화와 새로운 시도가 거듭되는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 인선: 대충해서 실패하지는 말자. 실패는 누구나 할 수 있죠, 그런데 제가 경계하는건 시도하지 않아서 실패하거나 또는 적당히 대충하고 어중간하게 실패하는거에요. 그러다보니 스스로 ‘이게 최선인가? 충분한가?’하고 자주 묻기도 하죠. 충분히 나에게 납득되지 않으면 남에게 말하기 어렵거든요. 충분치 않다는 건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아니까요.
🧩 STAXX: 실장님은 특히 다양한 현장을 고루 경험하셨잖아요. 그 경험이 일에 어떻게 도움이 되었나요?
💁♀️ 인선: 일할 때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저는 ’빙의력’ 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걸 구동할 때 많은 경험이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프로젝트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하게 되는데, 그럴 땐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의 입장을 최대한 이해해 보려고 하죠. 겉으로 드러난 말 너머의 맥락이나 복합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각자의 인센티브가 충족되어야 프로젝트가 움직일 수 있는데,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진 않으니까요. 또, 이런 복잡한 상황에선 변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일 도 중요해요. 그래서 함께하는 매니저님들에게 찬찬히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자주 돌려보라고 조언해요. 상황을 최대한 실감나게 미리 상상해보는 건데요, 이럴수도 있지, 아 또 이럴수도 있는데? 라고 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을 유추하며 대응안과 준비할 것들을 떠올려 보는거죠. 이런 과정에서 과거의 여러 경험이 기억으로 떠오르면서 감각의 주파수를 더 넓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 같아요.
🧩 STAXX: 다양한 입장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힘은 협업에서도 큰 장점이 될 것 같아요.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할 때, 무엇을 중심에 두고 일하시는지 궁금해요.
💁♀️ 인선: 함께 만드는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 여정의 끝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가 ‘의미 있었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일해요. 긴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며 하는 일이다 보니 각자 그 빛깔이나 형태는 다르겠지만 열매 맺지 못하면 일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그 열매는 크기도 중요하지만 어떤 가치의 씨앗을 품고 있는지, 더 커질 수 잠재력이 있는 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함께 일했던 선배가 하신 말씀이 기억에 깊이 남아있는데,‘숫자보다는 진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였어요. 저는 여전히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걸 선호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정말 크고 중요한 일은 숫자가 아닌 다른 것, 진짜의 가치, 그걸 이루려는 사람들의 진정성으로 결정 된다고 느끼게 되어요. 숫자는 거들 뿐?
🧩 STAXX: 이제 구조적인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로컬에서 일을 하며 느낀 아쉬움, 그리고 가능성이 있다면요?
💁♀️ 인선: 저는 서울에 살며 로컬에서 일하다보니, 다소 제한적인 당사자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이야기가 지역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로 들릴까 조심스러운 부분이 늘 있어요. 그러니 일하는 사람으로서 제한하여 이야기 해볼께요. 우선, 제가 아쉽게 느끼는 점은 지역의 ‘관성’이에요. 지역의 문화와 특성을 당연히 존중하지만, 전례 없는 일들에 대해 너무 쉽게 “그거 안돼” 라며 보수적인 태도를 보일 때, 가능성의 문을 쾅 닫아버리는 느낌을 받아요. 지금 우리에게 어떤 문제가 거듭된다면, 그건 기존의 방식에 변화가 필요한 상황일테고 그렇다면 하던 대로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칼을 들었으면 무라도 잘라야 하는데 때때로 무도 잘라보지 못하는 느낌이 들 때 아쉽죠.
반대로 로컬의 가능성은 희소성, 고유성인 것 같아요. 도시가 점점 더 비대해지고 효율을 쫓아 표준화, 일원화 될 수록, 로컬이 가지고 있는 고유 자원들이 귀해질 거 같아요. 아주 쉬운 비유를 들자면 저는 제가 늘 거니는 출퇴근길에 커다란 나무, 계절이 담긴 풍경을 가지고 싶은데 도시는 쉽지 않아요. 지역의 자연 자원이 그 무엇보다 경쟁력있는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대표님들을 만날 때 마다 늘 드리는 이야기인 "차별화" 의 중요성은 기업 뿐만 아니라 지역 자체에도 유효하다고 생각해요. 흔히 말하는 포텐을 터트릴만한 요소가 지역에 많거든요.
🧩 STAXX: 로컬은, 그리고 우리 팀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 인선: 로컬을 너무 낭만화 하는 것 같아보일까 우려되긴 하는데요, 앞서 말한 것 처럼 로컬이 도시의 대체재가 아니라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누구든 로컬에서 자신의 추구미를 펼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요. 모두가 로컬에 살아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중요한 건 자신의 기준대로, 자신이 추구하는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누가 “로컬의 뭐가 좋아?” 라고 물으면 저는 로컬이 지닌 다양성을 사랑하고 좋아한다고 대답해요. 지역 소멸이 아니라, 지역이 성숙해가는 지금의 과정에서 로컬의 매력을 더하는 방법은 다른 모양의 사람과 생각을 담아내는 너그러운 품이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팀도 우리의 모습대로 차근히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로컬팀에서 일하며 얻게 된 레슨런 중 하나는 지역은 다 다르다는 점이에요.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진짜 아는 것의 시작이잖아요. 영주를 비롯하여 앞으로 만나게 될 새로운 지역이 어디든 더 겸손히 배우며 나아가는 경험을 하면 좋겠어요. 올해 봉화와 안동에서 배터리 실증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는데, 올해가 좋은 출발점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 STAXX: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STAXX는 어떤 노력을 해나가야 할까요?
💁♀️ 인선: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말고 새로운 일을 계속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STAXX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을 찐하게 겪었죠. 하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으면 STAXX의 정체성을 잃는 것 아닐까요? 새로운 것을 하되, 이걸 낯설게 여기는 사람들과 함께 나아갈 때 지속성이 생긴다고 봅니다. 차별화 된 일을 하되 포용하는 태도로 하는 것. 이게 지속가능성의 열쇠고, STAXX가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 STAXX: 좋은 방향을 만들어가려면 결국 함께하는 사람도 중요하잖아요. 실장님은 어떤 동료와 함께 일하고 싶으신가요?
💁♀️ 인선: ’어떤 동료를 만나는가’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 로컬부문 채용공고를 제가 직접 작성했는데요, 내용 중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마음의 여유’라는 문장이 핵심이었거든요. 많은 분들이 동의하시겠지만, 일이 어려워서 포기하는 경우보다 사람이 어려워서 그만 두는 경우가 많아요. 매니저님도 잘 아시는 엄마아빠 타임이라고, 가끔 제가 이사님과 회의 중에 치열하게 싸울 때가 있잖아요? 깊은 신뢰를 기반으로 치열할 때는 치열하고, 아닐 때는 신박한 개그와 유머가 넘치는 관계가 좋은 동료 관계라고 생각해요. 각자 재밌다고 느끼는 지점이 분명 다를테니 밸런스를 맞추는게 중요하겠지만요. 저는 "우리팀 그래도 쫌 재밌잖아?" 라고 밖에 자랑 아닌 자랑을 하하거든요. 그 재미가 결국 우리팀의 기세가 되고 버티는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지루한 걸 못 견뎌서가 젤 큽니다만 :)
🧩 STAXX: 끝으로, 인터뷰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 인선: 어쩌면, 시리즈의 기획 의도와 상충될 수도 있긴 한데요. ‘그냥’ 하는 힘도 필요하답니다. 때론 ‘왜’의 허들에 갇혀서 시도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부분은 ‘그냥’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냥 하는 힘’은 생각보다 중요하고 강한 역량이거든요. 그 누구보다 '왜?살인마'인 제가 더 갖추고 싶은 힘이기도 하고요. 재미있어 보인다면? 그냥 해 보자구요. ‘왜’를 고민할 시간에 실행하는데 더 힘을 주고요.
🧩 STAXX: 실장님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낭만’이라는 단어가 다시 떠올랐어요. 그저 이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더 나은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실천해 나가는 힘. 그게 진짜 ‘낭만’ 같았거든요.
더 나은 방향을 향해 새로운 일에 기꺼이 도전할 수 있는 에너지는 결국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때 생긴다는 걸 이번 인터뷰를 통해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좋은 사람’은 꼭 팀 내에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지역에서 믿고 함께할 수 있는 파트너로 성장해가는 것, 그 자체가 STAXX가 지향하는 확장이 아닐까요?
여전히 모르는게 많고, 배워가는 중이지만, STAXX는 조금씩 낭만을 현실로 바꿔나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