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7월, 감사원과 통계청 등의 정부 기관이 보고서*를 냈습니다. 2117년 대한민국 인구가 현재의 3분의 1로 줄어 서울권 8개 지역은 소멸 위험, 이외의 모든 시·군·구는 소멸 고위험 상태에 처할 것이라는 내용이었죠. 한국뿐만 아니라, 도시·지역 불균형은 이미 전 세계적인 문제인데요. 유엔해비타트(UN-Habitat)는 <2020 세계 도시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전체 인구의 60.4%가 도시에 거주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 대한민국 합계 출산율 0.98%를 전제로 함
한국을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도시·지역 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데요. 그중 지역 및 지역민과 상생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 받은 사례를 알아보겠습니다.
폐교를 복합예술공간으로 : 3331 아트 치요다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저출산을 겪어왔습니다. 문제가 심각해 도심 한복판에 폐교가 생길 정도였죠. 폐교가 늘면서 이를 창작 공간, 박물관 등으로 개조하는 사업이 진행되었는데요. 그중 하나가 ‘3331 아트 치요다'(アーツ千代田 3331)’입니다.
3331 아트 치요다는 도쿄의 가장 많은 인구가 오가는 치요다구 아키하바라 근처에 있습니다. 아키하바라는 전자기기 회사가 밀집하면서 주택가가 줄어 인구 공동화를 겪었는데요. 3331 아트 치요다에서 전시와 지역 모임 등 연 1천 건 이상의 이벤트가 열리는 덕분에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모든 공간을 지역민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요.
3331 아트 치요다 건물은 치요다구의 소유지만, 운영은 민간단체 ‘커맨드 A’가 맡고 있습니다. 커맨드 A는 치요다구에게 폐교를 임대하고, 입주 단체에 재임대하는데요. 이때 발생하는 임대료와 상품 판매 수익으로 독립적으로 공간을 운영합니다. 폐교 문제를 건강하게 해결하면서, 지역민·관광객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할 수 있어 일석이조죠.
마을 주민과 함께하는 주거 문제 해결 : 에픽 홈(EPIC Homes)
말레이시아의 오랑 아슬리(Orang Asli) 마을은 토착 원주민이 모여 사는 매우 작고 소외된 곳입니다. 대다수의 주민이 심각한 빈곤 상태에 있으며, 재정과 인프라도 부족한데요. 인도네시아 사회적기업 ‘에픽(EPIC)’이 2010년부터 진행 중인 주택 건축 프로젝트 ‘에픽 홈(EPIC Homes)’으로 새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에픽은 안전한 집을 제공하면서도, 지역민이 문제 해결에 동참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에픽 홈 프로젝트를 고안했습니다. 누구든 30명만 있다면 3일 만에 주택 1개를 지을 수 있는 건축 시스템을 만들었죠. 또한 지역민을 대상으로 농작 기술, 디지털 등에 관한 교육과 네트워크를 연결해 자립을 돕고 있습니다.
에픽 홈을 통해 공급한 집은 2020년 기준, 5개 주 16개 마을의 160개 이상의 가구에 달하는데요. 이보다 중요한 건, 지역민의 참여와 교육을 독려해 지역 발전의 주도권을 갖도록 한 점입니다. 문제 해결의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한 것이 인상적인 사례죠.
경북 창업 메카를 꿈꾸다 : <영주 경제속으로> 프로젝트
영주시는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소멸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다양한 진로 기회를 얻기 위해 지역을 벗어나면서 일자리는 물론 주거, 상업 및 문화시설도 줄어들고 있죠. 영주시가 지속가능하려면 청년들이 정착해 일하고, 가정을 꾸리며, 여가도 즐길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청년들을 영주에 오게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시작으로 시작된 것이 바로 <영주 경제속으로> 프로젝트입니다. 영주시와 상생하는 소셜벤처를 육성하여 일자리 창출 및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을 골자로 하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영주 학사골목 인근에 청년교류공간 STAXX(스택스)를 조성하고 있는데요. 청년 창업가들의 본거지이자, 지역민 등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간은 최종 선정한 10개 소셜벤처의 오피스 및 레지던스 객실과 함께, 카페와 다이닝 공간, 커뮤니티 라운지 등으로 조성할 예정입니다.
<영주 경제속으로> 프로젝트에 최종 선정된 10개 소셜벤처에게는 효율적인 사업 운영을 위한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인 ‘STAXX IMPACT’를 제공합니다. 최적화된 비즈니스 모델 수립을 돕고, 네트워크와 자원을 연결하며, 어려움이 있을 때 전문 자문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또한 50억 이상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여 소셜벤처의 성장과 교류 공간 인근 지역의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다가올 9월, 청년교류공간 STAXX(스택스)가 문을 엽니다. 오픈 이후 학사골목 풍경이 어떻게 바뀔지 기대되는데요. 앞으로 <영주 경제속으로> 프로젝트가 가져올 변화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