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서부 로키산맥의 동쪽 산기슭에는 해발고도 1,600m에 달하는 도시가 있습니다. 콜로라도주의 볼더(Boulder)시인데요. 주변 권역까지 포함하면 인구 33만 명의 중소 도시이죠. 로키산맥의 그림 같은 전망을 자랑하는 이곳. 그런데 반전이 숨어있습니다. 대도시 인프라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는 이 도시가 사실 실리콘밸리에 이은 최고의 창업 도시라는 사실이죠.
창업가가 몰려드는 혁신 도시의 비결
볼더시를 숫자로 보면 정말 화려합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만 달러로 미국 내 11위라는 사실, 그리고 인구수 대비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분야의 인재와 일자리 비율을 종합한 지수에서 볼더시가 1위를 놓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면 말이죠. 한마디로, 창업에 도전하는 인재가 모이는 도시입니다.
볼더시의 역사를 살짝 살펴볼까요. 시작은 실리콘밸리의 태동과도 통해 있는데요. 19세기 미국 캘리포니아에 골드러시 붐이 일면서 사금을 채취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모였고, 전국에서 투자자들도 모였죠. 이것이 현재 캘리포니아에 조성된 실리콘밸리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같은 골드러시 시기, 볼더시는 금을 채굴하는 장비를 공급하는 여러 도시 중 하나로 시작됐습니다. 금이나 석탄을 캐는 광산업이 주요한 도시였죠. 그런데 어떻게 볼더시가 혁신을 상징하는 스타트업의 도시가 될 수 있었을까요?
창업가를 연결하는 커뮤니티 네트워크
볼더시가 스타트업의 성지로 떠오른 이유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열린 커뮤니티 문화'입니다. ‘Give First’, 즉 서로 베풀고 돕는 문화인데요. 마치 자선의 의미처럼 읽히기도 하죠. 그보다는 경험 많은 창업가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초기 창업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의미와 통해있습니다. 그래서 볼더시는 창업가가 누구든 만날 수 있고, 커피를 마시며 조언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죠.
’신창조 계급'이라는 책을 써낸 리처드 플로리다는 창의적 도시의 3가지 핵심 요소를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재능 있는 인재, 기술 전문성, 그리고 열린 마음. 여기서 열린 마음이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끈끈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일 텐데요. 도움을 요청하면 항상 지원해주는 것. 볼더시가 그랬던 것처럼 영주 경제속으로 프로젝트도 열린 커뮤니티 네트워크 문화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지역 소셜벤처 창업가와 함께 모이고 교류하며 배우고 나누는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것도 모두 이러한 일환이죠.
창업의 장을 만드는 액셀러레이터
볼더시의 스타트업 문화는 초기 스타트업을 돕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테크스타(Techstars)'와 함께했습니다. 2006년 볼더시에 설립된 테크스타는 볼더에서 10개 회사와 첫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열고 멘토링을 제공했는데요. 지금은 2,900개 이상의 회사에 대해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를 진행한 투자 기업으로 성장했죠. 이 프로그램을 졸업한 기업의 시가총액은 무려 710억 달러에 이른다는 사실. 테크스타의 창업가 교육 프로그램인 스타트업 위크엔드(STARTUP WEEKEND)는 전 세계 도시를 돌며 진행되는데 지난 7월에는 부산에서 열리기도 했죠.
스타트업이 많지 않았던 곳에서 창업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었던 요인에는, 테크스타가 제도적으로 정립한 창업 네트워크와 체계화된 프로그램에 있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Give First’ 문화를 선도하는데 앞장섰고, 무엇보다 투자, 액셀러레이팅, 공간 제공까지 창업가를 위한 전방위적인 지원이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테크스타 런던의 대표 존 브래드포드가 지난 2014년 우리나라에 방문해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죠.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자가 스타트업 생태계를 주도하는 것입니다. 창업자 스스로가 창업을 리드할 수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경험 있는 기업인이 이 플랫폼(액셀러레이터)을 리드해나가야 합니다.
볼더시와 영주시의 평행우주
볼더시를 보면, 의미심장합니다. 자연경관을 잘 보존한 소도시*. 10만 명 정도의 인구수*. 볼더가 미국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로 꼽히며 힐링에 대해 관심이 많은 도시라는 점. 모두 영주 경제속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경북 영주시와 쏙 빼닮지 않았나요?
*콜로라도주의 로키산맥, 경북의 소백산 국립공원
*볼더 대학타운의 인구수는 대략 10만 명. 2022년 4월 기준 영주시 인구수 101,512명
볼더시에서 테크스타가 10개 기업과 함께 멘토링을 시작했던 것처럼 영주 경제속으로 프로젝트의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 <STAXX IMPACT>도 곧 시작됩니다. 볼더시처럼 10개 소셜벤처 창업가와 함께 말이죠. 창업 기업이 성장하고, 기업 가치를 늘리며 볼더시가 이름 있는 창업 도시가 되었던 것처럼, 영주시도 경북 창업 허브로서 발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창업 생태계, 기대해봐도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