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XX에 함께 하는 소셜벤처 창업가들을 만나는 인터뷰, 세 번째 시간은 블랭크 이야기입니다.
블랭크는 지역의 빈집에 주목했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낡고 허름한 주택을 통해 공간 재생과 지역 재생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블랭크 문승규 대표를 만나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블랭크에서 대표를 맡고 있는 문승규입니다.
Q. 블랭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요?
저희 블랭크는 건축사 사무소로 시작했어요. 지금은 공간 기획과 운영 전반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고요. 유휴공간을 활용해 지역민을 위한 공간으로 만듭니다. 지역 재생과 공간 재생, 궁극적으로는 인구 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게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어요.
Q. 건축 설계뿐만 아니라 지역 프로젝트를 구상하신다니 놀라운데요. 지역 유휴공간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희가 처음으로 서울시 동작구에 사무실을 내고, 건축 설계와 관련된 일을 해오면서 다양한 공간을 만났습니다. 신축 프로젝트도 있었지만 실제로 많이 작업한 건 리모델링이나 방치된 건물을 바꾸는 일이었어요. 그러다 지역 곳곳에 있는 공간이 눈에 들어오게 됐죠. 임대가 안 된 채 비어 있는 공간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공간이 방치돼 있어서 공간과 사람, 이 둘을 연결하는 접점을 잃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나섰어요. 블랭크가 공간과 지역민을 연결해주는 중간 역할을 해야겠다고요.
부동산 시장에서 사각지대에 있는 유휴공간을 수리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하면 공간 활용도도 높이고, 그 안에서 다양한 커뮤니티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렇게 유휴공간 중에서도 방치된 주거 자원인 ‘빈집’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키게 됐습니다. 빈집을 누군가 거주할 수 있는 집으로 바꿔낼 수 있다면 거시적으로 봤을 때 분명 지역에 도움이 될 테니까요.
Q. 다양한 공간을 기획하셨는데, 자랑스러운 결과물이 있을까요?
현재 다양한 유형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서울에서는 유휴공간이나 유휴상가를 활용한 코워킹(coworking) 공간과 커뮤니티 겸 위스키 바인 ‘공집합’이 있고요. 서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수에서는 ‘포트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다이닝과 카페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영주의 경우, 빈집을 이용해 한달살기, 단기 렌탈하우스 형태의 ‘유휴하우스’를 공급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3년 전부터 남해, 제주, 여수, 속초 지역의 빈집으로 단기 임대 주택을 제공해오고 있는데요. 원래는 저희가 서울에서만 작업하다가 처음으로 지역에 관심을 가진 곳이 남해였고요. 남해의 빈집을 리모델링해 귀촌을 원하는 분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이었죠.
거의 5년 정도 무관심 속에 있던 빈집의 건물주 분을 찾아간 적이 있어요. 저희에게 빌려주시면 잘 고쳐서 10년 동안 운영해보겠다고 했죠. 다행히 그 제안을 흔쾌히 승낙해주셔서 저희가 직접 투자하고 수리를 한 유휴하우스가 처음 오픈할 수 있었어요. 지금 그곳에서 2년째 살고 계시는 분이 있는데요. 서울에서 아이랑 같이 내려와서 실제 거주를 하고 있으세요. 실제 가족이 살고,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니 이 프로젝트는 진짜 의미가 있고, 이런 사례를 더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어요.
Q. 지역(지방)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변화라는 건 크고 단시간에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의 생애주기에 따라 천천히, 느리게 변해요. 건축가로서, 공간을 운영하는 기획자로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큰 변화를 좇지 않으려고요. 지역에 사는 개인이 살고 싶은 동네에서 진짜 원하는 일상을 만들고, 자기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는 그런 공간을 제공하는 게 훨씬 좋다는 신념이 생겼어요.
지역 곳곳에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거주해보고, 경험해보고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사는 것과 비교했을 때 긍정적으로 변화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지역에 사는 삶’을 꿈꾸는 분들을 연결하고 긍정적인 사례가 지역에 퍼지는 걸 기대합니다.
Q. 대표님이 발견하신 로컬의 가능성이란 무엇일까요?
로컬의 가장 큰 가능성은 자립이 가능한 자원이 많다는 거예요. 보통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사업 경쟁도 치열하고 아무리 내가 열심히 해도 잘하는 사람은 앞장서 있는 것 같아요. 이때, 뭔가는 하고 싶지만 경쟁에서 지친 사람들이 오히려 지역을 베이스로 시작해보는 것이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봐요. 왜냐하면 확실히 경쟁자가 많지 않을뿐더러 지역만의 자원을 이용하면 대도시에서는 만날 수 없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에요.
Q. 시행착오도 많았겠죠.
시행착오 많았어요. 일단 빈집이 있다고는 하지만 매물에 나오는 경우도 거의 없고, 소유자를 찾는 일도 쉽지 않거든요. 주인을 찾았다고 해서 단번에 진행되는 게 아니라 설득도 해야 해요. 그냥 방치해두는 게 낫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지금 팔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는 분도 있었어요. 그래서 집 구하는 게 어려웠어요. 그리고 그 빈집을 저희가 고쳐서 운영했을 때 그 지역에 새로운 사람, 즉 외지인이 거주하게 되는데요. 이미 살고 계시던 지역 주민들이 불편해하신 부분도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더욱 적극적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인사드리고 소통하며, 외지인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게 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앞으로 활동하게 될 영주에서는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기대하고 있나요?
이전에 유휴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역들은 대부분 휴양지, 관광지 위주이기에 실제 거주자도 많고, 여행객도 많았어요. 그런데 영주에 와보니 숙박하고 가는 사람이 별로 없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주에 거주하는 지역민 분들이 지역에 대한 애착이 강하시고 지역의 변화를 원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역 특성을 고려한 ‘영주 버전’의 새로운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계속 연구하면서 다양한 빈집들을 보러 다니고 있어요.
Q. 영주시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STAXX에 선정된 이후에 그 도움으로 지금 영주시와 협업을 하고 있어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통해 농촌 빈집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전환하는 일에 기본 계획을 만드는 용역을 맡고 있죠. 영주시의 농촌 빈집을 매입해 리모델링하고 영주에서 살아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체험 주택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영주시에서도 빈집을 정비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는데요. 저희 역시 아이디어를 함께 구상하고 민간 영역과 공공 영역을 같이 진행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내고자 합니다.
Q. 블랭크의 다음 스텝이 궁금합니다.
STAXX에 입주한 덕분에 사무실 공간부터 다양한 청년 사업가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어요. 또, 지역사회와의 네트워크가 탄탄해지면서 함께 사업도 논의하고 협업을 할 수 있게 됐죠. 이제 저희가 영주에서 할 첫째 목표는 유후하우스 5호점을 영주에서 오픈하는 거예요. 영주의 빈집을 리모델링해서 실제로 사람들이 이용하게끔 하는 게 미션입니다.
저희가 주거 본질에 집중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결국 로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대두되는 문제가 ‘주거’이기 때문인데요. 그 집을 거점으로 다양한 사업과 콘텐츠가 생산되는데 막상 주거 문제가 배제되어 있더라고요. “어떤 집을 구할까”, “어떻게 지역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이 주거 부분을 제대로 서포트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지방 소멸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지역에 애정을 갖고 오래 머물 수 있는 경험을 만드는 것. 살고 싶은 동네로 만드는 것. 그것이 블랭크의 미션입니다.
건축을 베이스로 더 나은 일상을 만드는 블랭크입니다. 경험해보고 싶고, 살아보고 싶은 동네가 있다면 유휴하우스를 찾아주세요. 그 지역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