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XX 프로젝트에 함께하는 소셜벤처 창업가들을 만나는 인터뷰, 다섯 번째 시간은 피키차일드컴퍼니(PCC) 이야기입니다.
피키차일드컴퍼니는 지역 자원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브랜드와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인데요. 로컬 문화의 발전을 꿈꾸는 피키차일드컴퍼니 성주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에서 피키차일드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는 성주현입니다.
Q. 피키차일드컴퍼니가 어떤 기업인지 설명해주세요.
저희 PCC는 코파운더(Co-founder) 5명이 의기투합해서 시작했어요. 시각&공간 디자인, 메뉴 컨설팅, 마케팅 등 각자의 역량을 키워 지역 자원을 활용해서 로컬의 고유한 콘텐츠를 만들고 제공하고 있습니다.
PCC는 피키(picky), 차일드(child), 컴퍼니(company)의 약자예요. 저희가 20대 초반에 모여 첫 창업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영한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는 단어를 떠올리다 까다로운 또는 별스러운 뜻의 피키와 이와 상반되는 차일드(아이)를 조합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진중하고 까다롭지만 평소에는 천진난만한 아이로 지내자’는 의미를 담았어요.
Q. 사명이 인상 깊어요. 친구 5명이 창업하시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저희가 대구에서 피키차일드다이닝 브랜드로 먼저 창업했는데요. 막연히 제가 음식을 좋아하고, 먹거리에 관심이 많으니까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걸 직업인으로서 경험해본 후 본격적으로 사업으로 확장해보자는 마음으로 지금 같이 일하고 있는 친구들과 창업하게 됐고요. 창업의 시발점은 좋아하는 일을 재밌게 해보자는 게 더 컸죠. 그렇게 더 많은 브랜드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큰 틀을 잡을 수 있도록 피키차일드컴퍼니를 설립하게 됐어요. 현재 회사의 단계로 발전하고 식당을 운영해오면서 쌓인 산물과 노하우를 지역에 어떻게 하면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이를 통해 소셜 임팩트(Social Impact)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Q. 피키차일드다이닝, 동아식당 등 다수 F&B 브랜드를 론칭하셨는데요.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신 점은 무엇인가요?
저희가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 당시에 제일 재밌고, 관심 있는 것을 주목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가장 피키차일드컴퍼니답게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법이라고 생각했어요. 여기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던 ‘로컬’ 키워드를 담으려고 했죠.
Q. 음식점뿐만 아니라 전시 같은 다양한 공간을 기획하셨던데요. 기억에 남는 결과물이나 애정하는 브랜드가 있으신가요?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저희가 전시 및 공연 기획을 진행하는 ‘shed new light’ 브랜드가 있는데요. 대구에서 식사와 공연을 같이 하는 ‘움트다’라는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어요. 제주도에서 공연과 음식이 결합한 해녀다이닝 ‘해녀의 부엌’을 체험하고 나서 아이디어를 얻은 프로젝트였죠. 우리도 이야기와 음식을 담아서 공연 기획을 하는 크리에이터들과 함께해보자는 취지에서 추진했어요. 디렉터, 배우, 사진작가, 영상팀 그리고 PCC가 참여해서 기획부터 디자인, 촬영, 공연까지 다양한 장르의 크리에이터들이 모인 프로젝트였습니다. 보통 이런 문화예술 공연은 서울(수도권)에 많이 집중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대구 시민 분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던 기회였던 것 같아요. 좋은 기억으로 오래 남아있어요.
Q. 지역의 긍정적인 변화가 눈에 띄네요. 대구에서 창업을 시작하셨는데 STAXX에 지원해 영주 기반의 로컬 창업 모델을 만들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작은 도시인 영주에서 도전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저희는 로컬이라는 키워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고민들을 하고 있지만 저희가 실질적으로 활동하던 대구시 인구수는 236만 명인 데 비해 10만 명이 거주하는 영주에서 창업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죠. 하지만 저희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믿어주는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피키차일드컴퍼니의 사업 방향이 지역의 소멸을 막을 수 있게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실험해보고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고 풀어나가야 하니 STAXX를 도전의 기회로 삼았습니다. STAXX의 도움이 없었으면 영주에 오기는 힘들었을 것 같아요.
Q. 그럼 STAXX 프로젝트를 통해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있으신가요?
현재 가장 공감되고 큰 도움을 받고 있는 건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이에요. PCC가 컴퍼니라는 이름을 가지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판단이 어려울 때가 있거든요. STAXX가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제공해준 덕분에 기업 경영 솔루션이나 멘토링을 받으면서 저희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데이터를 공유받고 저희의 부족했던 부분을 채울 수 있게 됐습니다.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이란 기업별 전담 멘토 및 매니저가 배치되어 기업별 맞춤형 전략 수립과 이행을 지원하는 전반의 과정입니다. 현재 경북 영주를 기반으로 전개되고 있는 STAXX 프로젝트는 소셜벤처의 육성과 성장을 위한 이슈 대응, 전문가 자문, 네트워크 구축 등 전방위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Q. 올해 1월에는 STAXX 1층에 바비큐전문점 ‘미트필드’ 오픈하셨는데 어떻게 론칭하게 됐나요?
우선 미트필드는 텍사스 전통 방식과 한국의 장과 재료를 더한 새로운 형태의 바비큐를 선보이는 패밀리 다이닝 공간이고요. STAXX 프로젝트 참가 제의가 들어왔을 때부터 고민했던 게 PCC가 ‘영주’에 간다면 무엇으로 승부를 볼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콘텐츠’가 떠올랐죠. 바비큐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음식 콘텐츠 중에 가장 멀리서 사람을 모이게 할 수 있고, 이 음식을 먹기 위해서 사람들이 한두 시간 차를 타고 올 수 있는 콘텐츠라 믿었어요. 영주의 첫 발걸음에 콘텐츠는 이미 정해져 있었고, 그 이후에 지역 자체에 시선을 옮겨 단순히 영주가 아닌 세련되고 색다른 영주로 보이게끔 미트필드를 형성하고 준비했죠.
Q. 대구가 아닌 영주에서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위기가 생겼을 때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미트필드의 경우 오픈하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허들이 많았어요. 음식도 지역 재료의 비율을 높이다 보니까 비싼 식자재 가격이 문제가 되기도 하고, 거주 인구가 적다 보니 채용도 어렵고요.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겪게 되면서 최대한 현실적으로 상황을 직시하려고 했어요. 그걸 받아들이면서 괜찮아졌던 것 같아요. 다행히 오픈하고 나서는 저희가 염려했던 것보다는 방문객수를 지키고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트필드에 영주분들도 방문하시지만 안동이나 대구 등에서 오시는 분들이 오시는 것도 저희에게는 값진 성과예요. 아무튼 저희가 해야 하는 역할, 즉 당장 눈앞에 실현시킬 수 있는 변화는 지역에 관광 인구를 유입시키는 일인데 빠르게 수행하고 있는 듯해 한편으로는 다행입니다.
Q. 미트필드의 메뉴 소개를 보면 소스나 재료에 영주 특산물을 접목하셨더라고요. 메뉴 개발을 어떻게 진행됐나요?
저희가 메뉴를 개발할 때 좋아하는 방식은 지역의 특산물을 이벤트로 쓰는 것과 특산품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일부만 사용하고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보이도록 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영주만 해도 전통적으로 특산품을 강조하는 식당이 너무 많은 거죠. 그런 방법을 그대로 차용하기보다는 저희는 믹싱해나가요. 예를 들면 부석태(콩)를 쓰더라도 고객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메뉴를 개발하는 거죠. 미트필드라는 콘텐츠 자체도 텍사스 바비큐의 테크닉을 가지되, 같이 결들이는 가니쉬나 소스로 한국적인 형태를 표현합니다.
Q. 미트필드에 이어 곧 스위트타운(카페)도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영주 시민들에게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시나요?
저는 미트필드나 스위트타운이 두 개의 브랜드를 별개로 보지 않고, ‘필드(field)’, ‘타운(town)’ 단어를 사용해서 한 도시로 연상하게끔 연결성을 부여했어요. 미트필드는 말 그대로 고기를 판매하는 들판이면 스위트타운은 달콤한 것을 파는 마을이죠. 그래서 맛있는 고기를 먹고 달콤한 디저트로 마무리하시길 바라는 의도가 숨겨져 있어요. 이곳들은 영주 시민과 더불어 여행객들이 오셔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영주의 모습을 넘어 PCC라는 창을 통해서 투영된 영주를 보실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했고, 다른 측면에서 영주의 매력을 흠뻑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 PCC의 다음 스텝이 기대되는데요.
현재 스위트타운은 담당 인력을 잘 뽑아서 무사히 오픈하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이를 발판 삼아 영주에서 채용에 관한 고민을 적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상 중이고요. 이것이 해결되면 츠타야가 만든 도쿄의 다이칸야마 티사이트 같이 여러 콘텐츠가 모여 있는 공간을 PCC가 기획하고, 로컬 편집숍과 스테이 브랜드들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어요. 영주 속에 또 다른 영주를 만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고, 해보려고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소셜벤처로서 PCC가 이루고자 하는 최종 미션은 무엇인가요?
소멸 지역이나 낙후된 도시들이 있으면 그 지역의 좋은 요소를 통해서 매력적인 도시로 자리 잡아갈 수 있도록 저희가 트리거가 되길 바랍니다. 지역 소멸의 해법을 찾고, 분배되어 있는 사회로 바꿔야 하는 게 저희의 최종 미션이에요.
STAXX 1층에 미트필드에 이어 스위트타운도 곧 오픈 예정입니다! PCC를 통해 새로운 영주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