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조직문화가 내 삶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로컬에서 일하고 산지 3년차, 체감은 확실히 달라졌어요. 로컬 기업의 조직문화는 왜, 그리고 어떻게 직원 개인의 삶에 더 크게 스며드는 걸까요?
1박 이상의 출장이 전에 비해 잦아졌고, 많은 이동시간을 함께하며, 동료들과 식사와 숙소를 나누는 일이 많아졌어요. 이전에는 퇴근 후의 삶을 지키기 위해 건강한 거리두기가 미덕이라고 생각했는데, 로컬에서 일하며 따뜻한 관심이 나를 살게 하는 버팀목이라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STAXX 뉴스레터에서는 로컬에서의 지속가능한 삶을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인 좋은 조직문화 를 시리즈 콘텐츠를 통해 짚어보려 합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우리 팀 내부에서 시작합니다.
아영: 도연님, 안녕하세요. 도연님과의 인터뷰는 처음인데 조직문화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보게 됐어요. 이 주제가 너무 어렵게 느껴지거나 부담스럽진 않으셨나요?
도연: 조금 걱정되기도 해요. 우리 조직문화에 대한 의견을 말한다는게 마치 꼭 불만있는 사람처럼 비춰지면 어쩌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이 인터뷰를 이사님과 대표님도 보실텐데 안보셨으면 좋겠다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보시겠죠...
아영: 사실 조직문화라는게 어떤게 좋고 나쁜지 명확한 기준이 있는건 아니잖아요. 팀원들이나 업무의 특성 상 더 필요한 문화나 복지도 있을테고요. 그래서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임팩트스퀘어 로컬부문이 생각하는 ‘좋은 조직문화’에 대한 기준을 확인하려고 해요. 이 기준을 도연님의 경험과 생각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 인터뷰를 요청했어요. 그럼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저희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볼까요?
도연: 안녕하세요. 저는 임팩트스퀘어 로컬부문의 전도연 매니저입니다. 로컬부문 내에서는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담당하고 있어요. 저는 작년에 서울시 미래청년일자리 인턴으로 임팩트스퀘어 로컬부문에 합류해서 지금은 1년하고도 2개월째 일을 하고 있어요. 서울에서 영주를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영: 안녕하세요. 저는 같은 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우아영 매니저입니다. 저는 3년째 영주의 STAXX라는 공간에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경험에서 느끼는 우리의 조직문화
도연과 아영이 느끼는 ‘좋은 조직문화’는 무엇일까요? 도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생각해보았습니다.
도연: 저는 자유롭고 유연한 분위기가 좋아요. 이런 분위기는 출퇴근 같은 근태부분에도 해당이 되는데요, 로컬 부문은 특성상 퇴근이 불규칙할 때가 많잖아요. 출장을 갔다 복귀하면 자정을 훌쩍 넘길때도 있고,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시기에는 야근을 하기도 하니까요. 가끔은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주말에 출근할 때도 있고요. 이런 부분을 리더들이 잘 알고, 이해하고 이에 맞는 유연성을 보장해주시는게 좋아요.
아영: 저도 공감해요. 다른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업무 특성상 필요해서 그런것일 수도 있지만 특히 근태에 있어 엄격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는 그렇게되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또 어떤 점이 좋았나요?
도연: 그리고 주니어가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는 문화가 잘 마련되어 있어서 좋아요. 이것도 업무의 특성이겠지만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현장에 직접 가보고, 의미있는 교육이나 포럼에 참석해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런걸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해주시잖아요. 가끔은 실장님이 먼저 이런거 한번 가볼래요? 라고 제안해주시기도 하고요.
아영: 맞아요. 사실 시간도 쓰고 출장비 같은 비용도 발생하는거라 저도 처음엔 다른 프로그램에 참석해도 되는지 여쭤볼 때 되게 머뭇댔던것 같아요. 근데 도연님 말대로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해주시니까 좋았고, 또 현장에 가서도 좀 더 열심히 참여하고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럼 반대로 아쉽거나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부분도 있어요?
도연: 음 딱히 생각은 안나는데요…굳이 하나 뽑아보자면 앞서서 좋다고 언급했던 자유롭고 유연한 분위기가 높은 업무강도나 불규칙한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여겨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영: 유연한 분위기가 조직문화의 일부인것과, 보상체계의 일부인것은 확실히 다르긴하죠. 후자로 생각한다면 환산과 보상이 정확히 이루어지기 어렵기도 하고요. 도연님 말에 공감해요.
좋은 조직문화는 정말 개인의 삶에 영향을 주나?
’좋은 조직문화’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으니, 이번에는 그 문화가 개인의 삶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짚어보고자 했습니다. 조직문화가 변함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는 인식도 달라졌다는 아영의 경험과, 이런 조직문화가 업무에 영향을 끼쳤던 도연의 이야기가 이어졌어요.
아영: 회사의 조직문화는 왜 중요할까요? 너무 근원적인 질문이긴한데, 이 인터뷰가 ‘팀의 조직문화가 나에게 끼치는 영향은 크다’라는 사실을 어렴풋하게 느끼는데서 시작된만큼 차근차근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도연: 생각해보면 우리는 하루의 대부분을 동료와 보내잖아요. 부모님이나 친구보다도 동료가 제 일상에 끼치는 영향이 더 큰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그런 사람들로 구성되는 조직이나, 조직의 문화가 저의 가치관이나 성장에까지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어요.
아영: 그냥 일반적인 직장인도 하루의 대부분을 동료와 보내는데, 저희 팀 같은 경우는 하루를 꼬박 채우고 그 다음날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죠.
(왼) 울릉도에서 함께 아침을 맞이한 도연과 인선 실장님 / (오) 또크숍도 식후경. 함께 저녁을 만드는 우리 팀
도연: 맞아요. 저는 그래서 처음에 팀 자체가 되게 특이하다고 생각했어요. 제 주변을 봐도 저만큼 자주 직장 동료와 한 지붕 아래에서 자는 사람은 없어요. 아영님, 저번에 저희 출장갔을 때 더블베드 밖에 없어서 같은 침대에서 잤잖아요. 누가 직장 동료랑 그럴 수 있겠어요. 이렇게 자주, 오랜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데 조직문화가 유연하다보니 동료를 넘어서서 친구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그렇다보니 일적인 부분을 넘어서 사적인 부분까지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영: 그게 불편하지는 않나요? 사실 저는 이런 특이한 유형의 조직문화를 겪기 전에는 ‘건강한 거리두기’가 미덕인 조직에서 일을 했었어요. 그러다보니 세상 사람들이 다 그런 줄 알았고, 저도 그게 편했거든요. 우리 팀의 조직문화가 유연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인건 맞지만 그렇다고 사적인 영역을 ‘침범’하지는 않잖아요. 근데 어느 순간 제가 그 사적인 영역을 ‘개방’하고 있더라고요. 분명 예전의 나라면 낯설고 어색하게 느꼈을 순간들이 자연스러워진게 신기하기도 해요. 한편으로는 새로운 팀원을 만나면 혹시나 이런 분위기에 갑자기 놓이게 되면 불편하진 않을까 걱정도 돼요.
도연: 아영님도 느끼고 있겠지만 저는 회사를 참 즐겁게 다니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딱히 불편하다고 생각은 안하지만, 업무 유형에 따라 추구하는 조직문화가 다를 것 같긴해요. 저는 창의성이 요구되면서 협업이 자연스러운 일을 하는 우리 팀의 업무가 이런 자유롭고 편안한 조직문화 속에서 더 빛을 발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다보니 좋은 조직문화를 만드는게 효율 측면에서는 좀 손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업무나 성과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거죠. 반대로 협업보다는 개인의 높은 집중도를 필요로 하거나, 반복적이고 일을 실수없이 해내는 것이 중요한 업무라면 어느정도 긴장감 있는 조직문화가 도움이 될 것 같고요.
회사를 즐겁게 다니고 있는 도연
로컬 기업의 조직문화는 좀 더 특별할까?
마지막으로, 로컬이라는 특수성이 조직문화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영과 도연은 경험을 통해 서울과 지역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적 차이를 언급하며, ‘따뜻한 조직문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어요.
아영: 도연님은 서울 기업(?)과 로컬 기업 양 쪽을 다 경험하고 있잖아요.
도연: 그쵸, 어떻게 보면 거의 5도2촌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서울에서 근무를 하더라도 로컬 업무를 하니까 로컬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아영: 그럼 로컬 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는 도연님은, 로컬 기업이라서 특히 필요한 조직문화나 복지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도연: 음… 주거 또는 숙박 지원이 있으면 좋겠어요. 출장으로 가더라도 안전하고 편안한 잠자리가 제공되어야하고, 아영님처럼 서울에서 지방으로 아예 이주를 하게된다면 주거가 제일 고민될 것 같거든요. 그 부분을 함께 고민해주고 해결을 도와준다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어요. 금전적인 보상이나 복지, 제도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당연히 있을테고, 사람과 조직의 온기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가족과 친구가 함께 있는 지역에서 경직된 조직문화를 겪는것과, 연고 없이 지내는 지역에서 경직된 조직문화를 겪는 것은 엄청나게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을까요? 저는 사람은 절대 혼자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면에서 로컬 기업은 구성원 개인의 삶에도 신경을 쓰는 따뜻한 조직문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아영: 맞아요. 제가 임팩트스퀘어 로컬부문으로 합류할 때가 떠오르는데요, 저도 면접볼 때 주거 지원과 관련한 내용을 여쭤봤었어요. 지원이 가능한 부분과 어려운 부분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셨고, 도연님 말대로 함께 고민해주고 해결방법을 같이 찾아주려고 하셨어요. 완벽한 지원은 아니었지만, 함께 고민해주는 그 마음 자체가 큰 힘이 됐어요. 말씀하신 따뜻한 조직문화가 제도의 아쉬움을 잘 보완해줬다고 생각해요. 제가 제 나름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팀에서 많은 온기를 전해주셨던거죠.
(왼) 도연과 아영의 크리스마스 여행 후 안부 메시지 / (오) 아영 첫 출근날. 실장님의 안부 연락
도연: 한편으로는, 이런 따뜻하고 편안한 조직문화 덕분에 간결하고 객관적인 업무 피드백이 가능한 것 같아요. 평소에 대화도 많이하고, 서로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어떤 가치를 중시하며 일하는지 아니까 날카로운 피드백을 듣더라도 상처를 받는다거나 못 견딜정도의 스트레스라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팀의 조직문화는 결국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보는데, 그런면에서 따뜻하고 편안한 조직문화는 명료한 의사소통을 돕기도 하는 것 같아요.
아영: 맞아요. 친하고 편한 사이니까 해야할 이야기를 못하게 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조직문화는 팀의 분위기를 넘어서서 업무 성과를 높이는 환경이 되어줘야겠죠. 이런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따뜻한 조직문화는 꼭 이주자가 있는 로컬 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어요.
이번 대화를 통해 '좋은 조직문화'는 단순히 근무 분위기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좋은 조직문화'는 유연함과 배려, 따뜻함과 함께 명확한 기준과 소통이 있어야 하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동료와 오래 함께 일할 수 있고 지역에서의 삶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로컬 기업에서는 주거나 이동, 관계와 같은 삶의 조건이 조직문화와 더욱 긴밀하게 맞닿아 있기에 그 영향이 더욱 크죠.
STAXX 뉴스레터 인터뷰 시리즈는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앞으로 다른 로컬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기업의 조직문화가 만드는 라이프스타일'을 계속 확인해 볼 예정입니다. 로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삶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조직문화는 어떤 것일지, 다른 기업의 사례와 현장의 이야기를 STAXX를 통해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