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지역 창업가를 육성하고, 나아가 영주 지역 사회에 임팩트를 만들어낼 영주 경제속으로 프로젝트의 브랜드, STAXX. STAXX는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된 걸까요? 브랜딩과 공간 사이니지 기획을 담당한 앤드(AandD) 건축사무소의 디자이너 김준지 실장과의 랜선 토크를 통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앤드 건축사무소(aandd) 김준지라고 합니다. 현재 건축(architecture)과 디자인(design)의 사이 영역에서 사인그래픽과 환경색채 분야를 맡고 있고, 개인적으로 디자인스튜디오 준지에서 공간 브랜딩 분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주 경제속으로 프로젝트는 어떤 인연으로 시작하시게 됐는지 궁금해요.
올해 초에 STAXX 건물을 제안 받게 됐어요. 사진을 하나 보여주셨었는데,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이전에 전남 광양에 휴가저택이라는 카페도 건물 공간에 반해서 같이 브랜딩 작업을 했었거든요. 그때처럼 공간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바로 오케이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 끌렸던 건가요?
STAXX 건물 모양 자체가 흔치 않아요. 공간에 많은 이야기를 풀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할까요. 게다가 건물의 기존 공간을 그대로 살리면서, 오래된 것에 새로운 브랜드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큰 매력을 느껴 참여하게 됐어요.
제품이나 서비스 같은 브랜드가 아니라 STAXX의 브랜딩은 접근 방법이 달랐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STAXX 브랜딩이 달랐던 점은 공간 리모델링이 동시에 진행됐다는 점이에요. 미리 공간을 염두에 두고 시작된 ‘시각적인 브랜딩’이였죠. 브랜딩 작업을 하면서, 공간 사이니지 작업까지 한 번에 생각한 거죠. 공간에서 어떻게 어우러질 것인지 말이에요.
그런데 이게 큰 장점이 있어요. 대부분 다 완성된 공간에 로고나 어울리는 사이니지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STAXX는 함께 공간을 가꿔갈 수 있었어요. 공간 기획자에게는 공간에 대한 또 다른 아이디어도 생길 수 있고, 로고를 공간에 일괄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브랜딩 로고가 온라인과 인쇄상에서만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하나의 아이덴티티로 느껴지길 바랐어요. 온오프라인에서 하나로 읽히는 맥락이 곧 브랜딩 목표였습니다.
프로젝트를 브랜드로 표현하실 때 과정이 궁금해지네요. 최우선으로 고려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STAXX는 ‘쌓다, 모으다’라는 뜻의 영단어 Stack에서 시작됐어요. 그다음에 프로젝트의 큰 컨셉이 “저마다의 경험과 가치가 쌓이고 변화하는 것”이라는 것을 들었을 때 이렇게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쌓는 개념을 만들자. 그리고 그렇게 쌓였을 때 다양하게 변화를 해나가자.
쌓다, 그리고 변화. 이 두 가지에 큰 초점을 맞추고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그럼 그 아이디어로부터 STAXX 로고 디자인 컨셉을 어떻게 구축하셨나요?
아직 로고가 정해지지 않았을 때, STAXX 공간 프리뷰 행사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박스들을 쌓으면서 전시하는 과정을 지켜봤는데요. 그때 “로고에 박스 개념을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하나의 빨간 박스에서 출발했죠. 우리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박스이기도 하고, 이런 박스가 척척 뭔가 쌓여가면서 모양이 다양하게 변화하는 과정을 머릿속에 그렸던 것 같아요.
STAXX 로고의 워드 타입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지금이 모바일 시대잖아요. 복잡하고 상징적인 로고 이미지보다는 모바일로 바로 검색하기 쉬운 글자 형태의 워드 타입 로고가 많이 쓰여요. 저희도 단어를 최대한 살리면서 워드에 가장 어울리는 서체를 찾는 데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폰트에 따라 느낌이 다르게 표현되니까요.
그렇게 고심 끝에 선택한 로고 서체는 락웰(Rockwell)이에요. 1930년대 Monotype(미국)에서 개발되어 많은 디자이너에게 활용되는 서체 중 하나인데요. 락웰 폰트는 슬랩 세리프체(Slap-serif)로, 획 부분이 직각으로 수평을 이루고 있는 기하학적인 디자인이 특징이에요. 저희 로고 심볼도 기하학적인 이미지가 강한 편인데, STAXX가 담으려는 전체 컨셉과 가장 어울리는 서체였죠.
컬러도 눈에 확 띄어요. 브랜드 컬러는 어떻게 완성된 것일까요?
레드 컬러는 STAXX를 상징하는 컬러예요. 영주 하면 떠오르는 게 붉은 사과였고, 프로젝트에 함께 하는 SK스페셜티도 레드 계열의 로고를 가지고 있었죠. STAXX는 여기에 약간의 주황색이 섞인 선홍색 컬러를 만들었어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화가 앙리 마티스가 가장 사랑했던 색이 이 선홍색이기도 해요. 오렌지색이 살짝 섞여서 보통 빨간색보다 눈에 더 잘 들어오고 선명해보이는 효과가 있답니다.
STAXX IMPACT 같은 서브 브랜드 워드 타입과 로고는 어떻게 탄생한 건지 궁금해요.
이 부분을 시작할 때쯤에는 로고와 심볼이 나온 상태였는데요. 엑스 모양의 박스 로고를 가지고 세 가지 서브 브랜드를 만드는 게 목표였죠. 먼저 문자들을 쌓아 올리는 형태로 STAXX를 강조하면서, 그 안에 하위 체계로 각각의 브랜드를 워드 타입으로 부여했고요.
저희는 쌓는 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쌓아서 뭔가 변화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심볼의 패턴도 다 다르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STAXX IMPACT 같은 경우는 박스를 솔리드한 레드 박스로 처리해 임팩트라는 하이라이트의 의미를 살렸고요. 커넥트 박스는 콜라보(✕)의 개념을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STAXX가 만들어갈 수많은 콜라보, 협력을 담은 패턴을 만들었죠. 이런 식으로 시작점은 레드 박스 하나로 같지만 다양하게 변화하고, 상황에 따라 새롭게 변해가는 과정을 담아보았습니다.
말씀하신 로고 워드 타입, 심볼까지 STAXX를 설명하는 일관성 있는 디자인처럼 느껴지는데요. 특히 변화무쌍한 패턴이 눈에 띄어요. 기획 의도가 궁금합니다.
이 부분이 특히 연결되는 재미를 주고 싶었던 부분이에요. STAXX 로고 워드 타입과 심볼, 패턴까지 하나로 연결되는 일관된 아이덴티티를 완성하고 싶었어요. 먼저 STAXX에서 반복되는 X의 X 박스를 만들어보고 그 X 박스가 쌓이면서 심볼을 형성해 갔죠.
그리고 이제 X 박스는 레드 박스와 같이 쌓여가면서 무한한 변화와 다양한 가치를 담아낼 수 있도록 했어요. STAXX 패턴은 하나로 고정이 되지 않고 끊임없이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최근 브랜드 특징 중에 무빙 패턴이 있어요. 끊임없이 움직이는 거예요. 로고가 하나로 멈춰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데 결국 하나로 기억될 수 있게끔 하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그렇군요. 그런 부분이 STAXX 공간 곳곳에도 구현된 것 같아요!
맞아요. 온라인과 다르게 이제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이걸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화장실 픽토그램을 보시면 원래 X 박스가 남자로 표현했다면 여기서 두 획만 빼면 여자로 간단하게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박스와 X의 사선으로 모든 픽토그램을 일관성 있게 구성했어요.
공간 브랜딩과 사이니지가 동시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어요. 나중에 STAXX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저희가 의도한 대로 하나로 연결된 아이덴티티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하면서 말이죠.
공간뿐만 아니라 영주 지역에도 애착이 많이 생기셨을 것 같아요. 영주를 처음 방문하실 때는 어떤 느낌이 드셨었나요?
처음 갔을 때가 올 초 봄이었거든요. 코로나가 시끌벅적할 때였어요.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사람이 없었고 고요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 앞에 학교가 있음에도 학생들이 눈에 잘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이 STAXX라는 공간이 영주 지역에서 주목받은 곳이 되기를 정말 바랐어요. 지역에서 이목을 끌고 지역을 활성화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지기를요.
그럼 사이니지를 디자인하면서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으실까요?
사이니지를 처음 기획할 때 참고했던 이미지가 있어요. 건축가 베르나르 츄미(Bernard Tschumi)가 설계한 프랑스 라빌레트 공원이에요. 공원 곳곳에 35개의 붉은색 폴리(Folie)들이 다양한 모양의 조형물로 배치되어 있어요. 거기서 영감을 얻었어요. STAXX는 공간 곳곳에 작은 레드 박스들이 따로 또는 같이 모아서 공간 정보를 담아내고 싶었죠. 정육면체 한 박스를 기준으로 하나 두개 또는 그 이상을 이어가면서 통일된 비율을 만들어갔고, 컬러는 모두 선홍색으로 맞췄어요. 어떤 곳은 투명한 레드 컬러를 보여주고, 어떤 곳은 나무에 레드 컬러를 보여주는 식으로 단조롭지 않게 다양한 재질을 활용하면서 통일감은 있되 시각적인 풍성함을 주었죠.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이 공간 곳곳의 레드 박스를 찾는 재미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이니지가 있으실 것 같아요.
먼저 사람들 반응을 봤어요. 계단 창가에 STAXX를 올려둔 사이니지가 있는데요. 2층은 2개, 3층은 3개를 쌓았는데 주변을 잘 살피시는 분들이 발견해주시더라고요. 이 사이니지를 되게 귀엽게 잘 봐주셨던 것 같아요.
앞으로 STAXX 공간과 디자인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기대하시나요?
우선 이름이 잘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외부 옹벽에다가 사이니지를 설치한 첫날에 지나가던 학생이 STAXX를 소리 내서 읽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어요. 잘못 읽으면 어떡하지 걱정도 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좀 안도했죠. 여러 사람이 검색해서 어떤 곳인지 알아봤으면 좋겠고, 공간에 들어와서는 레드 박스를 찾아가는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물론 브랜드와 공간에 대한 잔상이 하나의 결로 동일하게 기억되길 바라고요. 그게 저희가 계획한 것이니까요.
마지막으로 STAXX가 어떤 브랜드로 사람들에게 남기를 원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애착이 있었던 프로젝트였어요. 좋은 분들과 함께여서 더 즐거웠던 프로젝트이고요. STAXX 브랜드는 아주 작은 빨간 상자에서부터 출발했어요. 이 작은 박스들이 여럿이 모여서 형태를 만들고 또 패턴도 만들고 확장하면서 결과적으로 공간까지 함께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앞으로 STAXX에서 사람들이 모여 하나하나의 아이디어나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가지를 치고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아주 커다란 결과물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