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XX 인사이트 시리즈 세 번째 시간, <ZOOM IN : 강릉 & 속초>. 지난 11월 11일, 경북 지역의 로컬 창업자와 예비 창업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요. 1박 2일 동안 강릉과 속초를 방문해 로컬 사업장과 선배 창업가를 직접 만나는 체험 프로그램에 함께 했습니다. <ZOOM IN : 강릉 & 속초>에서 얻은 새로운 인사이트, 그리고 꽉 찬 네트워킹의 시간. 지금 바로 리뷰 들어갑니다!
"강릉에 오면 감자 먹어야지" 지역 생산물로 사회적 가치 만들기, 강릉 감자유원지
1일 차의 첫 식사는 특별했습니다. 강릉에 방문하면 꼭 가봐야 하는 핫플레이스, 감자유원지를 방문했는데요. 강원도 감자를 활용한 로컬 F&B 공간이었습니다. 위트 있는 문구와 캐릭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개성 있는 메뉴가 입을 사로잡았습니다. 지하부터 2층까지 감자를 테마로 한 구성이, 식사만 하러 온 사람들조차 발길을 잡게 하는 매력이 있는 곳이었죠.
이후 감자유원지를 만든 더루트컴퍼니 김지우 대표의 세션이 이어졌습니다. 더루트컴퍼니는 로컬 농산물인 감자를 활용한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지역 농가와의 상생을 실현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그런데 왜 감자였을까요?
사실 강원도 강릉 하면 떠오르는 콘텐츠가 감자라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알게 된 게 감자가 유통되는 과정에서 소위 못난이 감자, 규격에 맞지 않은 감자가 대량으로 버려진다는 것이었어요.
심지어 지역 농가에서 비용을 부담하면서 버리고 있었죠. 저희는 매년 버려지는 못난이 감자에 가치를 부여하고 싶었고, 이를 통해 농가들의 비용이 수익으로 바뀌게 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이는 더루트컴퍼니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지표와 이어집니다. 농가의 작물을 받아쓰는 것을 넘어 품질 좋은 씨감자부터 농가 재배 관리, 유통까지 벨류체인(value chain) 전 과정을 관리하는 더루트컴퍼니는 파트너 농가들의 매출을 평균 18%, 최고 27%까지 늘리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었죠. 지역 생산물을 가지고 차별화된 콘텐츠로 만들어낸 김지우 대표는 이렇게 첨언했습니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고 했을 때, 감자는 대표적으로 변하지 않는 강원도의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지역에는 분명 이런 자원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 자원을 발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원을 활용해 완전히 다른 시각과 관점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UESTION TIME! 저도 포항 지역 생산물로 제품을 만드는 디저트샵을 운영 중인데요. 제품을 보았을 때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해야 구매가 이뤄지잖아요. 대표님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제 생각에는 지역 생산물을 활용한다는 스토리가 소비자들이 맛있게 먹었을 때 강화해주는 역할은 하지만, 단지 그 스토리 때문에 선택하는 걸 기대하기란 힘든 것 같아요. 먼저 경험이 중요하고, 이후에 강화해주는 역할인 것이죠. 그래서 오히려 사진을 찍고 싶고 특이한 맛과 비주얼이 있는 제품을 먼저 만든 다음, 지역 생산물로 강화해주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지역에 새로운 물결을!" 지역 자원을 콘텐츠로 만드는 방법, 더웨이브컴퍼니
다음 세션으로 넘어가기 전에 특별한 시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더웨이브컴퍼니 최지백 대표와 함께하는 강릉 명주동 골목길 투어 시간인데요. 강릉이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도시인지,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브랜드들이 골목마다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더웨이브컴퍼니의 로컬 크리에이터, 리모트 워커들의 공유 오피스 ‘파도살롱’은 직접 방문하여 살펴볼 수 있었죠.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고 나서, 더더욱 창업 스토리가 궁금해지는 세션이 이어졌습니다. 더웨이브컴퍼니를 지역에 새로운 물결(Wave)을 만드는 기업으로 소개한 최지백 대표는 강릉에 온 이유에 대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그리고 강릉에서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살아보기 위해'라고 설명했는데요. 이는 더웨이브컴퍼니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와 연결이 됩니다. 답은 강릉 그 자체에 있었죠.
강릉의 어떤 지역 자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또 어떤 차별화된 콘텐츠가 있는지, 그리고 함께 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 커뮤니티가 있는지 봤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로컬 크리에이티브 그룹에 대한 니즈가 있을 것이라 가정하고, 저희가 좋아하는 책과 음악, 사람들의 모임 공간 ‘웨이브 라운지’를 만들었어요. 1년간 이 공간을 운영하면서 강릉에 남고 싶은 이유가 더 명확해졌죠.
더웨이브컴퍼니는 로컬 크리에이터와 교류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포착했는데요. 그렇게 공유오피스 파도살롱을 만들게 됐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더웨이브컴퍼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타지 청년과 지역 청년들이 강릉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로컬 문화콘텐츠를 만들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강릉살자’는 이른바 강릉에 애정을 붙이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렇게 실력 있는 젊은이, 또 다른 로컬 크리에이터가 강릉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로컬의 색깔이 담긴 비즈니스 모델까지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이 공존하는 조직을 지향해요. 지금 ‘일로오션’이라는 워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저희의 색깔을 나타낼 수 있는 건 파도와 바다, 그런 역동성이라고 생각했고 해변가 호텔의 로비 공간을 공유 오피스로 만들어서 실제로 강릉 바다 앞에서 일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강릉에 최적화된 워케이션 콘텐츠죠.”
QUESTION TIME! 프로그램 기획 시에 기존 기업이나 사업자들과 협력해야 하는 부분은 어떻게 풀어가셨을까요?
제가 추천해 드리는 방법은 먼저 그곳에 고객으로 가시는 거예요. 고객으로 가면 우호적인 상태로 받아주시니까요. 한두 번 방문해서 단골이 된 다음, 사업 소개를 하고 같이 해볼 수 있을지 이야기해보세요. 하나의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되면, 그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풀리게 될 거예요.
"속초에 새로운 거리 문화를 만들다" 이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소통과 경험, 소호259
<ZOOM IN : 강릉 & 속초> 프로그램의 숙소는 속초의 소호259. 이곳은 속초 시외버스 터미널의 오래된 뒷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예전에는 인적 드문 평범한 뒷골목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속초 청년들이 힙한 거리로 찾는 공간으로 변신했습니다. 이른바 소호거리를 만들어낸 이상혁 공동 대표의 이야기가 줌인 프로그램의 세 번째 세션으로 찾아왔습니다.
이상혁 공동 대표는 처음 유럽의 호스텔 문화를 보고 반해 호스텔 창업을 결심했다고 하는데요. 그러다 여러 조건이 부합하는 속초로 오게 됐고, 도시재생을 목적으로 허름한 여인숙을 구매해 직접 인테리어까지 하며 공을 들여 소호259를 열게 됐습니다. 지금은 소호259 2관까지 열었고, 사랑방 역할을 하는 커뮤니티 라운지 고구마살롱도 운영 중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는데요.
예산이 없어서 인테리어를 셀프로 했었어요. 고생을 많이 했죠. 건물 허가가 안 나면서 1년간 공사를 멈춰야 했던 적도 있었고요. 그중에서도 속초에 뿌리내리기 위해 자연스럽게 로컬의 색을 찾는 게 큰 고민이었어요.
그렇게 소호259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어요. 1박 2일이나 런닝맨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착안해서 속초 여행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한다거나, 뜨는 트렌드를 재빠르게 포착해서 바로바로 기획에 반영하고 있어요.
소호259를 단순 숙박업이 아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업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상혁 공동 대표는 그렇게 속초 골목길에 카페와 갤러리, 커뮤니티 라운지 같은 복합 문화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는데요.
소호259식 운영 방식의 화룡점정은, 바로 찐팬 관리! 서로 인연을 맺은 게스트들을 ‘소둥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프로그램 이후에도 커뮤니티를 통해 지속해서 소통을 이어가고 있죠. 이들과 함께 연말 파티를 즐기기도 하고, 심지어 대표의 결혼식에 친구보다 더 많은 소둥이가 참석하기도 했다는데요.
저희가 생각하는 핵심은 소통 커뮤니티예요. 그래서 초기에는 더욱더 밀접하게 소통했어요. 지금은 초기보다 규모가 더 커진 상태라 프로그램을 잘 기획해서 기획 의도를 잘 전달하는 방향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에게 그것은 소통이었고,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굿즈도 개발해 확장해나갈 계획입니다.
QUESTION TIME! 찐팬에 대한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저희가 초반에 영업했을 때 아주 친해진 분들이에요. 저희가 밀착으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요. 그래서 거의 친구 수준으로 친해진 분들이에요. 저희에게 찐팬이라고 하면 20번 이상은 다녀가신 분들인데요. 이분들에게는 숙박비 50% 할인 혜택과 웰컴 드링크 혜택도 있고, 매년 초대장을 드려서 저희가 음식을 준비하고 대접하기도 해요. 그렇게 일부러라도 친목 자리를 만들어서 특별히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속초 로컬 서점의 힘 문우당서림과 동아서점
2일 차 첫 프로그램은 속초의 꼭 가봐야 하는 로컬 서점 두 군데에서 시작했습니다. 바로 문우당서림과 동아서점인데요. 두 서점 모두 속초에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그만의 색깔을 가진 서점입니다.
베스트셀러부터 독립출판물까지 큐레이션하며 하나의 브랜드가 된 로컬 서점. 무엇보다 방문객들에게 책과 글에 대한 경험과 감정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ZOOM IN : 강릉 & 속초>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한동안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답니다.
"조선소가 속초 명소로 탈바꿈한 비결" 로컬 헤리티지를 문화로 만들다, 칠성조선소
<ZOOM IN : 강릉 & 속초> 프로그램의 마지막 코스는 속초 청초호 명소로 자리 잡은 칠성조선소였습니다. 칠성조선소는 1952년 원산조선소라는 이름으로,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실제로 배를 만들고 수리했던 특별한 유산이 있는 곳인데요. 그런 조선소가 어떻게 속초 명소가 될 수 있었을까요? 어릴 적 조선소가 자신의 놀이터이자 아버지의 일터로 소개한 칠성조선소 최윤성 대표와 함께 마지막 세션을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미술을 전공했어요. 미술을 배우면서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이 뭘까 고민하게 됐죠. 자연스럽게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대를 이어 운영해온 조선소의 기억과 제가 자란 환경, 만난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었고, 어느덧 배를 직접 만들고 있더라고요.
배에 푹 빠져서 외국 학교에 유학을 떠나기도 했는데요. 거기서는 조선소에 방문하면 허름하든 작든 자신들의 이야기를 스스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거예요. 우리도 오래된 조선소가 있고, 그런 이야기가 있는데… 어떤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것이 속상했어요.
최윤성 대표는 조선소로 돌아와 레저선박 브랜드를 시작하지만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됐는데요. 이후 청년혁신가 사업 프로그램을 통해 멘토링을 받게 됐고, 이를 통해 조선소를 살릴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게 됩니다. 복합문화 공간으로의 변신이죠.
조선소가 가진 헤리티지는 그대로 살리면서, 카페와 전시, 미술과 음악이 있는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인데요. 모두의 기억에 잊혀가는 지역의 한 조선소가, 일부러 찾아가는 명소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공간을 새롭게 꾸미면서 고민한 부분은, 공간의 성격이었어요. 이쁘게 꾸미는 건 자신 있었거든요. 그런데 단순한 고철도 저에게는 어디에 쓰인 건데, 하면서 못 버리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과거의 이야기를 그대로 가지고 있지만 박물관처럼 박제되지는 않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살아있는 공간, 배를 만들지는 않지만 생산적인 일이 일어나는 곳으로요.
QUESTION TIME! 대대로 가업을 잇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처음에는 이게 가업인가라는 생각을 좀 했었어요. 제가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배를 만드는 기술을 배운 사람도 아니고 그 직업을 유지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결국 할아버지가 만든 공간이고, 아버지가 유지했던 공간이잖아요. 이 공간을 지금은 저랑 제 아내가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이것도 가업을 잇는 하나의 방법인 것 같아요.
STACK TIME!
모든 프로그램이 마무리된 시간, <ZOOM IN : 강릉 & 속초>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이번 1박 2일을 어떻게 이야기했을까요?
저는 영주에서 이제 디자인도 하면서 저희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데요. 제가 서울에서 영주로 내려온 지 지금 4~5개월 정도 됐어요. 가족 간의 관계라든지 또 친구 관계라든지 많이 힘들어서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선배 창업자분들의 이야기, 그리고 여기 계신 참석자분들의 이야기가 정말 많은 위로가 됐어요. 너무 이른 시간 안에 성과를 내고 싶었던 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도 많이 들게 돼서 이제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 보려고 합니다. -소호담 권지윤 대표
1박 2일 동안 제가 모르는 요식업 파트도 자세하게 접근할 수 있어서 좋았고요. 저는 제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과 상업적인 선택을 하는 것의 항상 고민이 있었는데요. 이 부분을 칠성조선소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아직도 변화를 많이 두려워하고 혹은 시도조차 못 하는 것이 많다고 깨달았어요. 사실 마음속으로 많이 울었답니다. -안녕하세요 힐링센터 김예정 대표
대표님들 이야기 들으면서 진짜 공감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빨리 돌아가서 우리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저희 직원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면 테이블을 막 치거든요. 지금 이야기하면 이번엔 테이블이 부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예요. 빨리 가서 새롭게 해보고 싶어요. -므므흐스 부엉이버거 배민화 대표
1박 2일 동안 가장 좋았던 점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그리고 매장을 운영하는 입장이다 보니 문우당서림과 동아서점의 운영 방식에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 예전에는 카페나 핫플레이스를 방문하면 예쁜 것만 찍었는데요. 그런데 이곳들은 고객이 어느 곳에 눈을 돌리게 되는지까지 고민한 흔적이 있었어요. 여기서 얻은 인사이트를 매장에 얼른 돌아가서 적용하고 싶어요. -라랑 권은령 대표
강릉부터 속초까지, 로컬 창업가와 만나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던 <ZOOM IN : 강릉 & 속초> 프로그램. 참석자들은 모두 입을 모아 프로그램을 통해 경북 지역의 창업가들과 서로 연결될 수 있었던 기회, 그리고 영감과 위로를 받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된 시간이라고 후기를 남겼습니다. STAXX가 만드는 인사이트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열정 넘치는 창업가들과 함께 차곡차곡 쌓아갈 STAXX의 이야기를 많이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