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XX 프로젝트에 함께하는 소셜벤처 창업가들을 만나는 인터뷰, 여섯 번째 시간은 농업회사법인 피노젠(PINOGEN)의 이야기입니다.
피노젠은 소나무 삼림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활용해 친환경 화장품 소재 개발과 수출하는 기업인데요. 부산물을 업사이클링으로 연결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피노젠 신별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Q. 안녕하세요. STAXX 블로그 독자분들께 인사와 함께 피노젠이 어떤 기업인지 소개해주세요.
네, 안녕하세요. 저는 경북에서 나고 자라 피노젠을 설립해 운영하는 신별 대표입니다. 피노젠은 우리나라 전통 소나무인 금강송(적송)을 식품과 화장품 소재로 업사이클링하는 제조 회사예요. 피노젠의 피노(pino)는 소나무를, 젠(gen)은 유전자, 세대를 의미하는데요. 금강송의 유효 성분들을 저희가 직접 연구하고, 이것을 일상생활에서 건강에 좋은 제품들로 다양하게 개발해서 이러한 가치를 후대에 계승하고자 하는 비전을 담은 기업입니다.
Q. 소나무라는 아이템을 이용해 창업하신 게 참 특별해보이는데요. 부친께서 운영하는 솔나라를 그대로 이어받지 않고 농업회사법인을 따로 설립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창업을 시작한 건 아니예요. 경북에서 태어나 지역의 어르신들, 특히 아버지께서 소나무를 평상시에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가치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됐는데요. 선대에서부터 소나무라는 자원을 먼저 발견해 식품 사업으로 진출하셨고, 국내에서 판매하는 와중에 제가 아버지 회사에 투입이 되면서 해외 판로를 확장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아버지 회사의 식품을 가지고 수출 업무를 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의 식물, ‘금강송’이 품질이나 효능 등 다양한 면에서 이미 국내외 전문가들에 의해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인정받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것을 제품뿐만 아니라 소재로 개발했을 때 훨씬 더 글로벌적인 파급력을 키울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기존의 아버지께서 식품으로 금강송을 개발했다면 저는 무대를 글로벌로 넓혀 원료로 소재를 개발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어 아버지 회사와 별도로 피노젠을 세웠습니다.
Q. 그렇다면 피노젠의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저희 피노젠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출범했을 때부터 집중한 것은 단 한 가지입니다. 금강송을 가지고 원료를 개발하면서 원료를 국내화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지만 우리의 모든 일련의 활동이 사람에게 유익함은 물론 자연(산림 환경), 나아가 동식물에게도 이로운 사업을 한다는 거예요. 이것이 저희가 사업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이기도 하고 사업 방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노젠이 주요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소나무를 통째로 베거나 줄기를 뜯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금강송이 생태학적으로 잘 자랄 수 있게 가지치기를 해서 떨어지는 부산물로만 활용해 소재화하고 있는데요. 부산물에서 뽑아낸 추출물로 작년의 경우 업사이클링 스킨케어 브랜드인 피네수(Pinesoo)를 론칭해 현대인들의 다양한 피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품을 판매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추출 부산물인 찌꺼기는 블루베리 농장의 거름으로 활용되거나 가축의 사료나 퇴비로 이용될 수 있도록 추진 중이에요.
Q. 하나의 아이템이 여러 방면에 쓰일 수 있다는 게 놀라운데요. 소나무 원료를 얻기까지 어떠한 노력이 있었나요?
수많은 원료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원료이자 고품질 원료의 확보가 중요해요. 그 부분을 계속해서 염두하고 있어요. 저희가 사용하는 게 소나무의 부산물이지만 알고 보면 굉장히 부가가치가 높은 소재예요. 해당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이곳저곳에서 원료를 피노젠에 제공해주시겠다는 연락도 많이 왔었는데요. 막상 원료를 받아보면 표준화가 안 되는 솔잎도 있고, 청정 지역의 솔잎이 아니라 오염물이 섞여서 오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런 과정들을 겪고 나서 원료부터 표준화해야 되겠다고 느꼈죠. 현재는 국립종자원으로부터 토종 적송을 약 1,000그루 정도 받아서 최근에는 영주산림조합과 MOU를 체결했고, 아기 소나무를 심어놓는 작업(양묘)에 착수했습니다. 저희가 앞으로 추출하는 원료는 양묘상에서의 토종 금강송이며, 단독으로 관리 감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솔잎 추출물에 대한 독자 기술 개발 진행 등 현재 어느 단계에 이르렀나요?
우선 자부할 수 있는 건 솔잎을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은 피노젠 밖에 없을 거예요. 저희의 뛰어난 기술력은 바로 솔잎 추출인데요. 그중에서도 수입산 솔잎 추출물 대비 항산화가 약 10% 높은 추출물을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을 지녔고요. 또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기 위해 내부적으로 꾸준히 연구 개발해나가고 있습니다.
Q. 소나무 숲이 있는 로컬에서 창업하면서 장점도 있겠지만 로컬이 주는 한계나 어려움도 있을 것 같습니다. 로컬에서의 창업이 힘든 점은 무엇일까요?
네, 맞습니다. 제가 생각한 로컬 기반으로 기업을 운영하면서 느낀 힘든 점은 세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인력, 두 번째는 마케팅, 그리고 세 번째가 자금입니다. 피노젠은 원재료가 있는 추출 시설에 헤드 오피스를 두고 있기 때문에 로컬을 벗어날 수 없는데요.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는 로컬에서는 인력을 구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마케팅 역시 인력과 연관된 부분이라 지원이 있으면 좋겠죠. 이 삼박자를 해결하기 위해 STAXX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Q. 피노젠이 강조하는 원료로 합당한 소나무 기준은 무엇인가요?
오직 한 가지예요. 안전한 소나무여야 합니다. 지금 소나무재선충병이 이슈화되고 있어 재선충 예방을 위한 실태 조사나 방제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솔잎 가루나 솔잎 추출물이 원산지가 불분명하고 안전한 원료인지는 증명이 안 된 부분들이 있을 수 있기에 저희는 무조건 엄격한 품질 관리하에 안전하고 표준화된 소나무를 취급하고 있습니다.
Q. 잠깐 언급하신 피노젠 스킨케어 브랜드인 피네수 제품의 고객들 반응은 어떤가요? 실제 사용하시는 분들의 후기도 듣고 싶습니다.
맨 처음 소나무 추출물로 화장품을 만든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썩 좋지 않았어요. 여러 에센셜 오일을 활용해서도 화장품을 만들 수 있는데 왜 솔잎 하나만 고집하느냐부터 고가나 한방 화장품을 사용하는 5060대 연령층이 좋아할 것 같다는 다양한 의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솔잎을 가지고 제일 먼저 ‘진수원액 모공 냉각 에센스’를 출시했습니다. 이 제품은 솔잎 추출물이 약 67%가 함유된 워터 타입의 에센스인데요. 스킨과 에센스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세안한 다음에 얼굴에 가볍게 발라줘도 보습력이 풍부하고 토너의 역할도 해줘 고객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요.
실제로 이게 과연 2030대 여성에게도 먹힐까 하는 의문이 들어 젊은 연령대에 알려진 와디즈라는 플랫폼에서 펀딩을 진행했었어요. 그 결과, 예상을 뒤집고 누적 펀딩 금액이 5,000% 이상을 달성하면서 어른들의 전유물 같았던 솔잎추출물 향(피톤치드 향)을 젊은 분들도 좋아한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됐죠. 이런 반응을 확인하고 피네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었어요.
Q. 지난 4월에는 ‘CI KOREA 2023(국제화장품원료·기술전)’에 참가해 솔잎 추출물을 출품했다는 소식도 들었는데요. 해외 바이어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티트리 오일향 맡아보셨나요? 미국이나 특히 유럽권에서는 솔잎의 피톤치드 향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얼마 전에 저희 추출물로 논문을 출시했는데 피노젠의 솔잎 추출물에는 항균력은 기본이고 피부 재생 효과와 지방 세포 활성화 기능이 있다 보니 해외에서도 반응이 괜찮았죠. 그래서 솔잎 추출물 향을 가지고 저희만의 시그니처 향을 만들어 출시 준비 중이고요. 이런 반응을 토대로 내년쯤에는 해외 기준에 맞춰서 B2B 수출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Q. STAXX 프로젝트에 합류하셨는데요. 비즈니스 성장에 어떤 도움을 받고 있나요?
아무래도 저희가 자원 재생산산업을 하는 업이라 안전한 솔잎을 지속 가능하게 공급받는 것이 큰 관건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희는 사업적으로 지자체와의 연계가 꼭 필요하고요. 이러한 점에서 STAXX 프로젝트는 피노젠에 절실했죠. 프로젝트에 합류하자마자 추진했던 것이 물류를 안정적으로 받기 위해 산림조합과 MOU를 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앞서 말씀드린 창업하면서 힘들었던 세 가지. 인력, 마케팅, 자금 부분에서도 큰 도움을 받고 있는데요. 타 기업 대표님들과 교류 활동을 할 수 있는 네트워킹 시간도 가지고,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제공받아 부족한 파트를 채울 수 있어 어려운 상황들을 극복해나가고 있습니다.
Q. 영주 지역을 기반으로 영주시와 함께 준비하는 일도 있나요?
잠깐 언급했지만 영주 지역 산림의 고부가가치를 올리기 위해 상생협력을 하는 목적으로 영주산림조합과 지난 1월에 MOU 체결을 맺었습니다. 국내산 솔잎 원료의 고도화에 대해 논의하고, 기술 개발을 협력하고 지역 사회와 더불어 성장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STAXX의 도움을 받아 영주 소백산에 있는 솔잎을 공급받아 소백산표 솔잎으로 추출한 화장품이 하반기에 론칭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Q. 그렇다면 영주 지역에서 피노젠이 만들려고 하는 사회적 가치는 무엇인가요?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제 주변에 임업인들이 계시는데 나무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게 생각보다 한정적이에요. 주로 사과나무, 복숭아나무를 키우는데 그분들 입장에서는 그 옆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가 골칫덩이란 말이죠. 송진 가루 날리고, 소나무 그늘이 져버리면 열매나무가 피해를 봐요. 그렇기 때문에 소나무를 베거나 돈을 들여 가지치기 작업을 하려고 하는데요. 그분들에게 불편했던 부분을 저희 피노젠이 해결할 수 있다는 거죠. 다시 말해, 무소득 작물인 소나무를 소득 작물로 창출시켜 사회적 가치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저희는 무자비하게 소나무를 잘라내는 게 아니라 가지치기로 나무를 생태학적으로 잘 자라게끔 하고, 나무의 역할인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일에 일조한다고 생각해요.
Q. 생각지도 못한 포인트를 짚어주셨는데요. 앞으로 피노젠의 다음 스텝을 공유해주세요.
원료가 나는 곳에 생산시설이 있어야 한다고 느끼는데요. 본사와 원료 생산시설을 한곳에 아우를 수 있도록 영주에 플랜트를 구축하는 것을 구상하고, 내년 초를 목표로 부지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피노젠이 이루고자 하는 최종 미션은 무엇인가요?
피노젠이 여태까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의 방향성은 사람에게도 좋지만 산림 환경과 동식물도 좋은 사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우선 매출 성장을 이뤄야겠죠. 그리고 구체적으로 수치로 봤을 때 우리가 사람, 산림, 동물에 어떤 임팩트를 줬는지 증명해내는 것이 피노젠의 최종 미션인 것 같습니다.
요즘 산불에 치명적이고 재선충병 이슈로 소나무와 소나무 숲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고 있는데요. 소나무(금강송)는 긴 역사 속에 선조들이 사랑하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입니다. 관상용 나무로만 취급하는 게 아니라 소나무의 활용가치를 극대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길 바랍니다. 그것이 피노젠의 사명이자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