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인사이트 투어와 브랜드 해커톤을 통해 각자의 전략을 가다듬은 <Beyond 경북> 5개의 기업들. 이제는 진짜 고객을 만나 검증할 차례다. 새로 나올 신제품 혹은 기존에 판매 중인 제품을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솔직한 피드백을 받아 제품을 고도화하기 위해 ‘팝업스토어’라는 형식을 선택했다. 팝업의 성지인 성수동 서울숲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면 그저 예쁘기만 해서는 안됐다. STAXX팀의 느좋남, 성철 매니저님의 꼼꼼한 기획 하에 ‘1980-90년대 미국의 슈퍼마켓(Grocery market)’이라는 컨셉을 잡고 시작했다. 무더운 여름의 성수에서 4일 동안 진행된 <경북 그로서리 클럽> 팝업스토어는 목표치였던 500명을 훌쩍 넘겨 무려 1,374명의 고객을 끌어모으며 성황리에 끝났다. 덕분에 성철님의 어깨춤이 팝업이 끝난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멈출 줄 모른다던데~ 미처 팝업스토어에 참여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그 현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담아보았다.
💡 2025 경북 청년기업 스케일업 지원사업 <Beyond 경북> 이란?
1. 사업 소개: 창업 3~5년차 도약이 필요한 청년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제품 고도화와 시장 확장을 지원하는 실전형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2. 사업 일정: 2025년 5월-10월 3. 사업 내용 - 전문가의 컨설팅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탄탄하게 만들어요. - 서울 성수 팝업스토어와 대구 동인동 콜라보를 통해 고객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고, 리뷰를 수집해요. - 고객의 반응과 시장의 트렌드에 맞춰 제품을 개선하고, 더 넓은 판로로 나아가요. 4. 주관: 경상북도경제진흥원
경북 그로서리 클럽 팝업스토어 전경
<경북 그로서리 클럽>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파워E가 확실한 안경 쓴 점원의 환영에 이끌려 팝업스토어에 입장하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안내가 시작된다. “경북의 5개 청년 기업이 시제품을 선보이는 자리인데요,…”
나도 모르게 내 손에 들려 있는 설문지와 펜을 들고 안으로 들어간다. 벽면의 냉장고와 진열대에 주르륵 서있는 제품들을 보니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인파를 뚫고 가까이 가보니 안내에서 언뜻 들었던 제품 시식을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그제야 설문지를 한 번 살펴본다. 각 제품의 맛과 가격, 제품을 먹고 떠오른 느낌 등 제품마다 약 3-4개의 질문에 응답하도록 되어 있었다. 가지런히 진열된 제품과 시식 접시를 얼추 둘러보고는 가장 눈에 띄는 제품부터 하나 먹어본다. 생각보다 맛있는데? 생각하며 나머지 제품도 차례로 먹어본다. 향이 특이했던 울릉도 저동커피의 '울릉 부지깽이 허브솔트'부터 동광수산의 건어물 5종을 한 번에 맛 볼 수 있는 '바다 간식 세트', 생각지도 못한 마와 땅콩의 만남인 하회블랑제리의 '참마피넛', 맛 보자 마자 너무 맛있어 깜짝 놀란 므므흐스의 '땡페소스, 크래크래소스', 특이한 비주얼로 눈길을 끈 '서리태 두유그릭 요거트'까지. 어느새 시식 코너에 푹 빠져 평론가가 된 양 진지하게 모든 제품을 맛보고는 설문지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작성한 설문지를 들고 카운터 앞에서 제출을 기다리는데, 왼쪽에 있는 까만 아이스크림 사진이 눈에 띈다. “인스타그램 이벤트 참여하시면 기안장에서 BTS 진과 기안84가 먹었던 울릉도 먹물 아이스크림을 무료로 드려요~”라는 점원의 말에 바로 인스타그램에 접속해 팝업스토어 안쪽에서 찍은 거울샷을 스토리로 올린다. 그 댓가로 받은 오징어 먹물 아이스크림은 정말 ‘까만’ 아이스크림이었다. 무슨 맛이 날지 궁금했는데 신기하게도 초코 맛이 나는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는 설문지를 카운터에 제출한다. 캐셔가 설문지를 살펴보더니 작성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기업의 제품 한 가지를 1달러, 즉 1,000원에 구매 가능한 작은 쿠폰을 준다. 쿠폰을 가지고 다시 진열대 쪽으로 다가가 가장 맛있었던 제품을 하나 집어든다. 계산을 위해 다시 카운터에 가려는데, 또 다른 제품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아까 먹어봤을 때 이것도 참 맛있었는데… 두 제품을 손에 든 채 고민하다 에잇- 두 개 다 사야지! 결심하고 카운터에 가져간다. 제품 두 개의 가격은 총 4,000원. 이 가격에 두 개…? 심지어 여기서 얻은 수익금은 경북에 기부된다는 점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계산을 마치고 남은 아이스크림을 싹싹 긁어 먹으며 팝업스토어에서 퇴장한다.
울릉도 오징어 먹물 아이스크림
경북경제진흥원 송경창 원장님과 함께💚 수익금은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이렇게 진행했어요: FGI & 브랜드데이
- FGI (Focus Group Interview): 각 기업 타겟 고객 2명과 기업 대표가 한 테이블에 앉아 제품을 직접 맛보고 가격, 사용법, 구입 의사 등 기업의 제품이 소비자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 솔직한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 블라인드 시식(제품 AB테스트), 맛과 식감 리뷰 등 60분 동안 오롯이 기업의 제품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 브랜드데이: 참여 기업 대표가 직접 방문 고객을 응대하며 기업의 제품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다양한 형태의 제품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 다섯 기업의 대표님들이 자사 제품을 이용한 다양한 레시피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FGI 진행 중
브랜드데이 진행 중
🤔각 기업이 팝업스토어에서 어떤 제품을 선보였는지 궁금하다면? 기업의 이름을 클릭하면 관련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1. 건강드림 - 경북 구미에 위치한 비건 & 저당식 식품 브랜드로, 두유 그릭요거트와 그래놀라 제품을 스마트스토어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어요. 2. 동광수산 - 경북 영덕에 위치한 수산물 전문 유통 브랜드로, 반건조 오징어, 손질 오징어 등 지역 수산물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유통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3. 므므흐스 - 경북 칠곡에 위치해 ‘건강한 외식’을 콘셉트로 수제버거 브랜드를 운영합니다. 햄버거뿐 아니라 다양한 사이드 메뉴와 소스류의 제품화 및 브랜드 확장을 모색하고 있어요. 4. 저동커피 - 울릉도 저동항에 위치한 카페 브랜드로 시작해, 현재는 굿즈, 공산품, OEM 제품, 기념품 유통까지 확장하고 있는 로컬 브랜드입니다. - 저동커피 박경석 대표님 인터뷰 보러가기👀 5. 하회블랑제리 - 경북 안동에서 운영되는 수제 베이커리로,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페이스트리와 크루아상을 선보이고 있어요. 마를 이용한 연유잼, 콩포트 등 유통 제품화를 시도하고 있어요.
경북 그로서리 클럽은 최고의 팝업이었슨...
이번 <경북 그로서리 클럽>에서 천 명이 넘는 고객들을 만나면서 사업을 운영하는 STAXX팀도, 사업에 참여하는 5개 기업도 새롭게 알게된 점이 많았다.
먼저, STAXX팀에게 이번 팝업스토어는 공간 기획을 실험할 수 있는 무대였다. 단순히 예쁘게 꾸민 팝업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들어와서 시선을 어디에 두고,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며, 어떤 요소에 발길을 멈추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제품 진열 방식, 시식 코너 위치, 안내 문구 하나의 차이가 고객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배울 수 있었다. 현장에서 고객과 기업이 만나는 순간을 함께 경험하며 우리의 기획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기에 하루 종일 고객을 응대하고, 공간을 관리한 우리도 즐겁게 실험에 임할 수 있었다.
기업들에게도 이번 팝업은 소중한 실험의 장이었다. 고객과 만나기 전까지는 몰랐던 제품의 진짜 강점과 약점을 알게 되었고, 가격, 맛, 스토리텔링 등 제품 판매 시 고려해야 할 여러가지 요소에 대한 고객의 반응을 생생하게 보고 들을 수 있었다. 어떤 기업은 가격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잘 팔릴 것 같았지만, 실제로 고객은 제품 자체가 가진 가치를 보고 구매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어떤 기업은 같은 제품이라도 구성과 가격을 다르게 만든다면 또 다른 타겟의 고객층을 겨냥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머릿속에만 있던 가설이 고객의 반응 속에서 검증되거나 깨지는 과정을 거치며 앞으로 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힌트를 얻었다.
고객을 만나기 전까지는 누구나 그럴 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고객을 만나야만 그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알 수 있다. <경북 그로서리 클럽>을 시작으로 고객과의 만남을 계속 이어갈 Beyond 경북호의 여정을 기대해 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