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4일, 안동국제컨벤션센터에서 로컬 F&B 창업 인사이트 교육 <로컬 밥상머리>가 많은 참여자의 관심 속에 무사히 진행되었습니다!
<로컬 밥상머리>라는 프로그램 제목 솔직히 조금 웃기지 않았나요..?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말씀드리긴 했지만 이 제목은 초기 기획단계에서 내부에서 재미로 부르던 이름이에요. (어떤 기획자가 프로그램명을 ‘밥상머리’라고 지어…) 작년 로컬 비즈니스 워크숍을 운영하며 얻게 된 레슨런을 바탕으로 F&B 창업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했고, 자연스럽게 F&B는 '밥상'으로, 인사이트는 '머리'로 치환됐어요. 합치니까 밥상머리. 근데 이게 공식 사업명이 되어 계약이 진행되고…포스터가 만들어지더라고요…
그렇게 얼렁뚱땅(?) 이름지어진 프로그램이었지만, 맛은 꽤나 좋았습니다.
Chapter 1. 우리가 차린 ‘밥상’
지난 해 임팩트스퀘어 로컬부문에서는 같은 장소인 안동국제컨벤션센터에서 ‘스타트업 오딧세이’라는 비즈니스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공간, 투자, 브랜딩 등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스타트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역량강화를 돕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스타트업 오딧세이’도 성공적으로 잘 진행되었지만, 한 주제에 대해 좀 더 밀도있는 인사이트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교훈을 반영하여, ‘F&B’라는 특정 산업 분야에 초점을 맞추어 기획을 시작했고, 이 중에서도 ‘지속가능성’과 ‘생존’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더 깊게 파고들었습니다. 그리고 총 3개의 세션을 ‘코스요리’처럼 기획해보았어요.
첫번째 코스. 로컬 F&B 이슈체크
김유경 푸드디렉터
<로컬 밥상머리>의 첫번째 코스는 김유경 푸드디렉터의 강의로 시작했습니다. 요즘 가장 ‘힙’한 F&B 키워드는 바로 ‘로컬’이라고 하는데, 키노트 강의를 통해 두 키워드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트렌드 흐름에서 이는 무엇을 시사하는지 확인해 보았어요. 언론, 방송, SNS 등 다양한 분야에서 F&B 트렌드를 주제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유경 디렉터는 ‘웰에이징’, ‘취향 세분화’, ‘로컬 이코노미’등 5가지의 F&B 핵심 트렌드를 제시하며, 창업을 할 때 시장의 흐름을 읽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짚어주셨습니다. 참가자들의 펜 끝이 움직이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리는 듯 했어요.
두번째 코스. 지속가능한 먹거리의 감도를 높이자
리하베스트 민알렉산더명준 대표와 씨위드 금준호 대표
F&B의 산업은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도모할 수 있을지, 그 고민 끝에 ‘푸드테크’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세션을 준비했습니다. ‘기술’로 먹거리의 미래를 바꾸는 두 회사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어요.
리하베스트의 민알렉산더명준 대표님은 기술을 통해 음식 부산물에서 얻게 된 밀가루 대체재 ‘리너지가루’를 소개하며 푸드 업사이클링이 어떻게 102조원 규모의 시장이 될 수 있는지 설명해주셨어요. 또한 씨위드의 금준호 대표님은 해조류를 활용한 배양육 기술로 지속가능한 미래 식탁을 제안해주셨습니다. 버려지는 것에서 가치를 찾고 고기 없이 고기 맛을 낸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푸드테크 코스는 이 날 가장 뜨거운 열기가 감돌았던 시간이었어요.
세번째 코스. 브랜드, 지역과 함께 성장하기까지
피키차일드컴퍼니 성주현 대표와 힘난다 버거 허요셉 대표
F&B 비즈니스가 ‘생존’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브랜딩’이라고 보았습니다. 맛만 좋다고 성공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고, 로컬에서 ‘브랜드’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지, 마찬가지로 두 회사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해보았어요.
피키차일드컴퍼니의 성주현 대표님은 브랜드란 창업가의 철학이 담긴 ‘세계관’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대표님의 솔직하고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로컬 브랜드가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수 있었어요.
힘난다 버거의 허요셉 대표님은 새로운 프랜차이즈 생태계를 구축하여 외식산업의 구조를 바꾸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햄버거에 바이오 기술이 더해진 ‘힘난다 버거’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강의 내용은 참여자들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어요.
Chapter 2. 백문이 불여일식, 이거 드셔보세요!
이번 <로컬 밥상머리>의 큰 차별점은 단연 테이스팅(tasting)이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저희는 이런 고민을 했어요. 아무리 좋은 내용으로 강의를 해도, 상상하기 어렵다면 그 내용이 잘 전달될 수 있을까? 참가자들이 직접 경험해보고, 그 비즈니스를 상상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그래서 모든 참여자들에게 제품을 테이스팅(tasting)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강의를 듣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 테이스팅 제품들로 인해 복도는 맛있는 냄새로 가득 찼어요. 참여자들은 식품 부산물인 리너지가루로 만든 통밀식빵이 기성 제품과 식감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놀라워하기도 했고, 조금 더 고소하게 느껴진다고도 말했어요. 힘난다 버거의 치즈버거는 참여자들이 길게 줄을 서서 테이스팅을 할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습니다. 참여자들은 버거의 맛은 물론이고 생유산균 패티 덕분에 속이 편안해 좋다고 했어요. 이렇게 입으로 먼저 경험을 하고 나니, 이어지는 강의에 좀 더 집중을 할 수 있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역시 F&B 인사이트의 완성은 '입'이더라고요.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먹어보는 힘은 무척 강력했어요.
Chapter 3. 참여자와 강의자가 말하는 <로컬 밥상머리>
프로그램 종료 후 확인한 만족도 조사 결과는 꽤 감동적이기도, 뿌듯하기도 했어요.
프로그램 운영 만족도: 4.8점 / 5점
인사이트 강의 만족도: 4.7점 / 5점
또한 인상적이었던 점은 참가자들이 가장 인상깊었던 강의로 ‘푸드테크’를 꼽으며, 기술과 사회적 가치가 결합된 비즈니스 모델과 실질적인 ‘솔루션’에 대한 호기심이 얼마나 큰 지 보여주었다는 점입니다. 로컬 F&B 창업이 ‘기술’이라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뜨거운 강의 분위기
이러한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혼자만 알고 있을 수는 없어, 강의를 진행해주신 대표님들께도 공유했어요. 분명히 이 결과는 대표님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한 대표님께서 참여자 만족도 결과 안내에 대한 회신으로 ‘앞으로 세상에 더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습니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마음에 아주 깊게 남았습니다. 지난 여름부터 '맛있는' 밥상을 차리기 위해 흘렸던 땀방울이 보상받는 기분도 들었어요. 우리가 차린 이 ‘밥상머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 생태계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비즈니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불씨를 지핀 자리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Chapter 4. 밥상을 치우며: 우리가 준비하는 ‘다음’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가장 중점적으로 고민했던 건 ‘시간내어 와 주시는 분들에게 그 시간 이상의 인사이트를 주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프로그램이 진행된 안동국제컨벤션센터는 안동역(KTX)에서도 차를 타고 40여분을 더 들어가야 하는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좋지 않은 접근성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와 주는 참여자들이 오고 간 그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반적인 ‘강의’와는 다른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참여자 만족도 조사를 하며, 다음엔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해보고 싶냐고 함께 물었고,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사례 중심의 투어를 원한다’고 답했습니다. 우리가 앞서 생각했던 것 처럼, 많은 사람들은 일반적인 강의를 뛰어넘는 콘텐츠를 원하고 있었고, 좋은 콘텐츠만이 사람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것이었어요.
다음엔 뭘 해볼까요? 강의실 밖으로 나가 다양한 로컬 브랜드의 현장을 직접 경험하는 인사이트 투어는 어떨까요? 지역 자원을 탐구하고 밤새워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는 체류형 비즈니스 캠프는 어때요? 상상만해도 배가 부르네요.
밥상을 치운 지금, 로컬 비즈니스를 향한 우리의 탐구는 이제 시작입니다. 지역의 자원이 브랜드가 되고, 브랜드가 모여 생태계를 만들고, 세상을 바꾸는 그 날까지요. 저희는 앞으로도 여러분이 인사이트로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밥상을 계속 차려나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