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뉴스레터를 봐오신 구독자 분들이라면 잘 알고 계시겠지만, STAXX를 운영하는 저희 로컬팀은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의 창업가들을 지원하는 일들을 하고 있어요. 단순히 지역 기업을 액셀러레이팅 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 창업가를 키워내기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이미 지역에서 자기만의 일을 하고 있는 기업들을 홍보하거나 기업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 혹은 제품을 검증하는 실증사업을 돕기도 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면으로 지역 기업들을 지원하는 저희가 이번에는 조금 특별한 기획을 해보았습니다. 바로 팝업스토어인데요. 홍보 대행사도 아닌데 왜 로컬팀이 영주도 아닌 서울 성수에서, 그것도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는지 살펴보시죠.
여러분은 ‘실라리안’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실라리안은 경상북도의 중소기업 인증 브랜드입니다. 쉽게 말해, 경상북도에서 ‘이 기업은 우수한 품질과 높은 신뢰성을 가지고 있음을 인증합니다!’ 라고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경상북도 내의 중소기업들에게 주어지는 훈장인 거죠.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조차도 처음에는 ‘실라리안’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는데요. 마찬가지로 이 용어 자체가 생소할 대중들에게 실라리안이 무엇인지 알리고, 실라리안 인증을 받은 기업의 제품들을 홍보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표였습니다. 경북 도내의 기업이라고 해서 경북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으로 실라리안 제품들이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실라리안을 홍보해야 했어요. 그래서 저희 로컬팀은 일주일간 트렌드의 중심지, 성수에서 ‘하우스 오브 실라리안’이라는 이름으로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팝업에 방문하신 분들에게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실라리안이 대체 무슨 뜻인가요?’ 였는데요.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도 분명 궁금해하실 것 같아 먼저 공개합니다. 신라(Silla)와 사람들(ian)의 합성어로, 신라의 사람들(Sillarian)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랍니다. 약간 실바니안 같기도 하구,,, 귀엽지 않나요 ? ?
실라리안이 사라졌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실라리안을 알릴 수 있을지부터 시작해 다양한 제품들을 어떤 방식으로 디스플레이할지, 어떤 이야기를 입힐지까지 하나하나 깊게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실라리안을 재밌게 알릴까? 저희는 '스토리'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단순히 제품을 진열해두고 "구경하세요~" 하는 건 성수동 갬성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가상의 인물 '실라리안'을 만들고, 방문객들을 '주인이 사라진 집'으로 초대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기획자가 의도한 공간 구성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실라리안이라는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각인되도록 말이죠.
에밀레 영진, 에밀레 성철
기획이 끝난 후, 이제 직접 움직일 차례입니다. 일주일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최고의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기 위해 로컬팀의 모든 것을 갈아 넣었습니다.
특히 죠이사님과 성철님의 몸과 마음과 젊음과 청춘이 몽땅 들어갔다 하여 저희끼린 이 팝업을 ‘에밀레 영진, 에밀레 성철’이라고 부르기도 했답니다…^^ 두 분은 이번 ‘하우스 오브 실라리안’ 전체적인 스토리 기획과 공간 기획, 공간 구성까지 전반적인 과정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셨는데요. 죠이사님과 성철님의 모든 시간을 이 포스팅에 담을 순 없지만… 두 분이 이케아에 출근 도장을 찍으셨던 것, 야근을 밥먹듯이(…) 하셨던 모든 과정을 저는 보았답니다 ^_ㅠ
약간 예술가st INFP들옷만 바뀌고 똑같은 구도... 흑
그렇게 두 분이 실라리안씨의 집을 꾸미는 동안 저와 인선 실장님은 팬트리를 맡았습니다. 1층 실라리안씨의 집에서 단서를 7개 이상 찾아 팬트리로 내려오면, 실라리안씨가 준비한 ‘실라리안 세트’를 받아갈 수 있도록 수많은 제품들을 정리하고, 진열하고, 재고를 관리했어요.
어마어마하게 쌓여있는 제품 박스들이 보이시나요…? 3개 카테고리의 제품을 약 1000개씩, 즉 3000개의 제품을 꺼내고, 쌓고, 정리하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비록 어린 나이에 허리 통증을 얻었지만 괜찮습니다… 덕분에 멋진 팬트리가 완성되었으니까요.
박스 지옥.....진지한 실짱님쫄면 진열도 멋드러지게..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완성된 실라리안씨의 집과 팬트리를 대공개합니다!!!
어떤가요? 저희의 노력이 느껴지나요🥹
어서 오세요, 사라진 실라리안의 집으로
그렇게 저희의 피, 땀, 눈물로 완성된 '하우스 오브 실라리안'. 과연 방문객들은 어떤 경험을 했을까요? 실제 방문객들이 경험한 경로를 따라 가볼게요.
📍 시선 강탈, 미스테리한 초대장
팝업 기간 동안 서울숲길을 지나던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 건 건물 전면에 걸린 거대한 현수막이었습니다. "MISSING SILLARIAN"이라는 문구와 함께 호기심을 자극하는 QR 코드가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었거든요. 핸드폰을 들어 QR을 스캔하는 순간, 사라진 실라리안을 찾는 여정에 동참하게 됩니다.
📍 입장: 돋보기를 든 사람들
'사라진 실라리안 씨의 집'으로 설정된 내부는 집주인은 보이지 않고 그가 애용하던 물건들만 남아있는 컨셉이었습니다. 몰입감 있는 체험을 위해 층별 입장 인원을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방문 예약자만 무려 1,2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는데요. 입장하는 방문객들의 손에는 '작은 돋보기 키링'이 하나씩 쥐어졌습니다.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집 안 곳곳에 숨겨진 단서를 찾기 위한 필수 아이템같은, 하우스 오브 실라리안의 아이덴티티 같은 물건이었어요.
📍 1층: 25개의 단서를 찾아라
집 안에 들어선 방문객들의 눈빛은 사뭇 진지해집니다. 실라리안씨의 거실과 서재, 욕실 곳곳에 놓인 제품들 속에 총 25개의 QR 코드가 숨겨져 있었거든요. 방문객들은 돋보기로 제품을 관찰하고 QR을 스캔하며 스탬프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제품을 보는 것을 넘어, 자연스럽게 각 기업의 스토리를 접할 수 있도록 했어요. "최소 7개의 스탬프를 모아야 리워드를 받을 수 있다"는 미션 덕분에 방문객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공간을 탐색했습니다. 넘치는 열정으로 25개 QR코드를 모두 찾아주신 분들도 많았답니다!
📍 지하 1층: 실라리안의 선물, 팬트리
단서를 모아 지하로 내려오면 이번 팝업의 하이라이트, '팬트리'가 나타납니다. 이곳은 실라리안 씨가 손님을 위해 준비한 정성 어린 선물이 가득한 식품 창고라는 설정이었는데요.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푸드(Food)·음료(Beverage)·스낵(Snack) 코너를 돌며 각자 취향에 맞는 제품을 하나씩 골라 담았습니다. 열심히 모은 스탬프 미션의 보상이 바로 이 풍성한 나만의 ‘실라리안 세트'였던 셈이죠. 원하는 조합으로 세트를 구성하는 재미에 방문객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맛있는 거 주는 팝업이 최고라고 배웠습니다만~!)
📍 반전의 엽서: "아, 사람이 아니었어?"
묵직한 실라리안 세트를 받아든 방문객들은 실라리안이 남긴 편지 한 장을 받게 됩니다. 이 글을 읽으며 방문객들은 비로소 "실라리안은 사람이 아니라, 경북의 우수한 제품을 인증하는 브랜드구나!”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브랜드를 주입식으로 설명하지 않고, 경험 끝에 스스로 느끼게 만든 저희의 작은 반전 장치였죠. (이 편지는 영국에서 시작되어...✉️)
📍 소통과 연결: 설문조사 & 아카이브
팝업의 마무리는 '소통'이었습니다. 엽서 하단의 QR을 통해 방문객들은 팝업에 대한 솔직한 설문을 남기고, 한쪽 벽면의 '실라리안 아카이브'를 통해 관심있는 제품에 대해 바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만난 실라리안을 5글자로 표현한다면?"이라는 질문에 답변을 남겨주신 분들께 손거울과 커피 쿠폰을 드리며, 실라리안씨 없는 실라리안씨의 집 구경은 마무리됩니다.
성수를 뒤집어 놓으셨다...!
저희의 무릎, 손가락, 허리와 맞바꾼(...) 하우스 오브 실라리안은 그야말로 히트를 쳤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반응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오픈 날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섰거든요. 사전예약 선착순 방문객에게 드리는 선물 세트를 받기 위한 '오픈런' 행렬이었죠. 추운 날씨에 오랜 시간을 기다려주신 방문객 분들께 그저 감사할 뿐이었답니다🥹
길게 늘어선 줄만큼 팬트리의 제품들도 빠르게 소진되었습니다. 특히 인기 있었던 요거트와 우동 같은 제품들은 채워 넣기가 무섭게 솔드아웃되기 일쑤였습니다. "요거트 벌써 품절인가요?", "우동 더 이상 안 들어오나요?" 아쉬워하는 분들을 보며 저희도 죄송해질 정도였으니까요.
스탬프 투어를 완료해야만 실라리안 세트를 받을 수 있었는데도, 오히려 그 과정 자체를 즐기며 양손 무겁게 챙겨가는 분들을 보며 우리의 야근과 노동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답니다😌
하우스 오브 실라리안 기획과 설치뿐만 아니라 운영 기간 내내 성수동 출퇴근 도장을 찍으며 힘써준 로컬 팀원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죠? 팝업 기간 동안 로컬 팀원들이 운영 스태프로도 일하며 귀엽고 재미있는 장면들도 많이 나왔는데요. 제 최애사진들을 공개합니다…!
깜찍한 아영님이 두 명…!출근 루틴이 된 힐링미숫가루와 요거트
바라만 봐도 즐거운 우리42홍콩 영화같다 (한 번도 본 적 없지만)하우스오브실라리안 오세요~ (함께 고생해주신 발루토 직원분들께도 무한한 감사를...)귀욥 v_v아영님 귀걸이 하나 새로 장만하셨다네요~바라만 봐도 재밌는 우리 ㅎ_ㅎ고백합니다 이거 설정샷 맞습니다 뽀림님 사진 찍고싶어서 일하는 척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재훈님도 오셨는데... 독감 투혼 하셨는데..... 마음 아프게도 증거 사진이 한 장도 없네요... 어쩔 수 없다 재훈님은 안 오신 걸로^_ㅠ
약 세 달 간의 길고도 치열했던 여정이 끝났습니다. 사실 처음 기획할 때만 해도 걱정이 앞섰습니다. "과연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팝업이 생겼다 사라지는 성수동에서, 경북의 중소기업 인증 브랜드 실라리안이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하고요.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1000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가셨고, 온라인 상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이제는 검색창에 실라리안만 검색해도 ‘실라리안 팝업’이 자동 완성 단어로 가장 먼저 뜬답니다ㅎㅎ
단순히 사람이 많이 왔다는 사실보다 더 의미 있는 건 따로 있습니다. 바로 태어난지 거의 30년이 된 실라리안이 서울 성수동 한복판에서, 가장 트렌디한 방식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사실입니다. '실라리안'이라는 이름이 낯선 대중들에게 "경북에도 이렇게 괜찮고 알찬 기업들이 있어!"라는 것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일주일이었습니다.
하우스 오브 실라리안은 문을 닫았지만, 실라리안씨가 애용했던 우수한 제품들과 이야기는 언제나 여러분 곁에 있답니다. 이번 팝업을 통해 실라리안을 알게 되신 모든 분들, 앞으로도 경북의 보석 같은 제품들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